이와 달리 갈색 지방세포엔 어두운 색조의 미토콘드리아와 뒤섞인 여러 개의 작은 지질 방울이 들어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갈색 지방의 미세 지질 방울을 열과 에너지로 바꾸는 '엔진' 역할을 한다.
일부이긴 하나 백색 지방 조직 안에 베이지색 지방세포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베이지색 지방세포 역시 칼로리를 태울 때 활성화한다. 갈색 또는 베이지색 지방 세포가 관심을 끄는 건 비만이나 2형 당뇨병 치료에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런 대사질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갈색(또는 베이지색) 지방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된 생리 과정이 워낙 복잡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그런데 비만 치료의 해법이 될 수도 있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상태에서 에너지 사용과 열 생성을 제어할 수 있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포 경로가 발견됐다. 핵심 역할을 하는 건 지방세포의 글리코겐이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의 앨런 살티엘(Alan Saltiel) 박사 연구팀은 27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논문 수석저자인 살티엘 박사는 현재 UCSD 의대 '당뇨병 대사 건강 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다.
현대인에게 비만은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된 지 오래다. 전 세계의 비만 인구는 약 6억5천만 명으로 전체의 13%를 점유한다. 이런 수치는 1975년 이후 약 3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인류는 아직 효과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초점인 갈색 지방세포만 해도 예전엔 신생아에게만 존재하는 거로 알았다. 그러다가 2009년이 돼서야 건강한 성인도 활성화된 갈색 지방세포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인체는 음식물로 섭취한 탄수화물을 글루코스(포도당)로 분해해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쓴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글루코스는 간과 골격근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된다. 갑자기 에너지가 필요하거나 혈당치를 정상 수위로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끌어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방 조직에 있는 글리코겐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살티엘 박사팀은 지방세포의 글리코겐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에너지 처리 방식의 큰 전환을 지시하는 신호가 바로 지방세포의 글리코겐에서 나갔다.
지방세포가 갈색을 띠는 것도 글리코겐을 생성하고 분해하는 능력에 달렸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지방세포에 글리코겐이 많이 생성되면 ATP(에너지 단위 분자) 생산을 그만 해제해도 안전하다는 신호가 세포에 전달됐다.
살티엘 박사는 "이런 해제(Uncoupling) 신호는 열을 생성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데 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라면서 "이 경로를 거치면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한 지방세포만 열을 내게 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비만한 생쥐 모델에 실험해 보니, 이런 글리코겐 수치가 높을수록 대사 과정이 더 강해지면서 지방이 더 빨리 탔고 결국엔 체중도 줄었다.
직접 실험하진 못 했지만, 인간도 과체중을 줄이려면 이 글리코겐 대사 경로가 지방 세포에서 작동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비만하거나 쉽게 체중이 느는 체질의 환자는, 이 경로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 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지방세포의 글리코겐 대사를 조절하는 게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