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면역은 면역 기억을 기반으로 특정 병원체에 반응하는 걸 말한다. 예컨대 어떤 질병에 노출되거나 백신을 맞으면 적응 면역이 생긴다.
그런데 비타민 A가 몸 안에서 쓰이려면 레틴올을 거쳐 레틴올 산(酸)으로 변해야 한다. 레틴올을 레틴올 산으로 바꾸는 건 장(腸)의 면역 골수 세포(myeloid cells)다.
미국 텍사스 의대 과학자들이 마침내 이 과정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상세히 밝혀냈다. 콜레스테롤 대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LRP 1 수용체가 레틴올을 골수세포 내로 운반한다는 게 핵심이다.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T Southwestern) 로라 후퍼 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24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이 주목한 건 SAA로 알려진 혈청 전분질 A 단백질(serum amyloid A proteins)이다. 이 단백질은 감염이 진행되는 동안 일부 기관에서 만들어지는 레티놀 결합 단백질의 한 계열(family)이다.
이번 연구엔 방예지(Ye-Ji Bang) 박사후연구원이 논문의 제1 저자로 참여했다. 방 박사는 2014년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후퍼 교수 랩(lab)에서 비타민 A 대사와 관련된 SAA의 생리 기능 등을 연구해 왔다.
연구팀은 먼저 SAA가 LDL(저밀도 지단백) 수용체 연관 단백질 1, 약칭 LRP 1과 결합한다는 걸 확인했다.
LRP 1은, UT 사우스 웨스턴의 중개 신경 퇴행 연구 센터 소장인 요아힘 헤르츠(Joachim Herz) 분자 유전학 교수가 30여 년 전에 처음 발견했다.
헤르츠 교수 랩(lab)은 그 후 LDL 수용체 유전자 그룹이 뇌와 혈관 벽에서 신호 전달 및 식(食) 작용 수용체로 기능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주력했다. 이 연구는 같은 대학 동료인 마이클 S. 브라운, 조지프 골드스타인 두 교수의 198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에 도움을 줬다.
이번 연구에선 LRP 1이 장의 골수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레틴올의 세포 내 이동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졌다.
실제로 생쥐 LRP 1 유전자를 제거해 골수세포가 레틴올을 흡수하지 못하게 하면 장의 적응 면역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생쥐는 적응 면역에 핵심 역할을 하는 T세포 및 B세포, 면역글로불린 A 등이 확연히 감소해 살모넬라균 감염에 금방 취약함을 드러냈다.
LRP 1 수용체가 레틴올을 골수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으면, 염증성 장 질환(IBD)이나 크론병(Crohn's disease) 등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반대로 LRP 1의 활성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강해져, 경구(經口) 백신 등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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