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효소가 실제로 뉴런의 과잉 흥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독일 본 대학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SLK가 결핍되면 뉴런의 수상돌기(dendrite) 시냅스(뉴런 연접부)가 전기 신호를 억제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SLK와 같은 키나아제(kinases)는 동물의 거의 모든 생명 과정 조절에 관여한다. 키나아제는 인산 화합물 합성 반응을 촉진하는 효소를 총칭한다.
구체적으로 뉴클레오티드 3인산에서 말단 인산기를 물 이외의 화합물에 전이하는 작용을 하는데 여기엔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도 포함된다.
키나아제는 인산기(phosphate group)를 단백질에 붙여 단백질의 활성도를 제어하기도 한다.
SLK는 배아 발달 단계에서 세포의 성장과 체내 이동에 관여한다. 당연히 이 과정은 뉴런이 성숙해지는 데 필수적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본 대학 신경병리학 연구소의 알베르트 베커 교수는 "이런 부분에 착안해 뇌의 신경세포에서 SLK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연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뉴런은 핵이 위치한 세포체와 축삭돌기, 수상돌기 등으로 구성된다.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축삭돌기는 다른 뉴런에 신호를 보내고, 수상돌기는 받아들인다.
연구팀은 생쥐의 뉴런에서 SLK 생성을 억제하자 수상돌기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나뭇가지 비슷한 모양의 수상돌기에서 굵은 가지는 멀쩡하고 잔가지만 줄었다. 수상돌기의 잔가지는 쉽게 흥분하는 성질이 강해, 잔가지로 신호가 들어오면 증폭 효과가 나타난다.
잔가지 수가 이렇게 줄면 말단의 시냅스(뉴런 연접부)가 밀집할 수 있다. 뉴런이 더 쉽게 흥분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SLK를 제거한 생쥐의 뉴런은 잔가지 시냅스의 밀도가 높아지지 않았는데도 더 쉽게 흥분했다. 그 원인은 수상돌기의 잔가지가 아닌 굵은 가지에 있는 거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굵은 가지의 수많은 시냅스는 잔가지에 있는 것과 반대로 신호를 억제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굵은 가지의 시냅스로 받아들인 신호는 뉴런의 흥분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SLK가 결핍된 생쥐는 굵은 가지의 억제 시냅스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태어날 땐 정상이던 억제 시냅스 밀도가 며칠 뒤부터 계속 낮아졌다. 굵은 가지의 억제 시냅스 수를 정상으로 유지되는 데 SLK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이 효소가 결핍된 생쥐의 뉴런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호를 잘 억제하지 못했다.
일례로 간질 발작이 일어날 때 뇌 전체 영역이 과잉 흥분 상태에 빠지는 건 뉴런이 너무 쉽게 흥분한다는 걸 시사한다. 이 발견은 또 간질 환자에게 투여한 약물의 효과가 점점 약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주자네 쇼흐 교수는 "약물 내성이 생기는 게 아니라 억제 시냅스의 진행성 손실 때문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뇌 신경의 과잉 흥분을 막으려고 수상돌기 굵은 가지의 억제 시냅스를 약물로 자극하는 치료는 SLK 결핍 환자에게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쇼흐 교수는 "어느 시점엔 (굵은 가지의) 억제 시냅스가 별로 남지 않아 더는 기능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환자에겐 오히려 (잔가지의) 흥분 시냅스를 억제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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