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DNA(mtDN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병(mitochondrial diseases)'이 생길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뇌근증이라고도 하는 이 질환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반응 이상으로 독성 물질이 쌓여 발생한다. 서서히 진행되는 근육 약화, 망막 색소 변성, 극심한 피로 등이 나타나는데 심하면 사망하기도 한다.
미토콘드리아 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환자 맞춤형' 화합물(치료 약물)을 일본 교토대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교토대 '통합 세포 물질 과학 연구소(iCeMS)'의 가네시 판디안 나마시바이암(Ganesh Pandian Namasivayam)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저널 '셀 케미컬 바이올로지(Cell Chemical 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일부 미토콘드리아 병에선 정상 DNA와 돌연변이 DNA가 섞여 있는데 이를 헤테로플라스미(heteroplasmy·이형 상태)라고 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히다카 타구야 박사과정연구원은 "헤테로플라스미 수준이 낮을 땐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 DNA에 의해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한다"라면서 "하지만 돌연변이 DNA가 임계점을 넘으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손상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재 의사들이 미토콘드리아 병 환자에게 쓰는 치료법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 물질을 세포에 직접 투입해 의도하지 않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가 하면, 돌연변이의 본질은 젖혀두고 단지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항산화제에 의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화학 물질을 기반으로 하는 접근법을 찾기로 했다.
PIP(pyrrole-imidazole polyamide)로 명명된 맞춤형 화합물은 이렇게 개발됐다.
중합체와 결합하는 '미토콘드리아 투과성 펩타이드(MPP)'로 만들어진 PIP는, 특정 DNA 염기서열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연구팀은 항암제 클로람부실(chlorambucil)과 PIP를 묶어 인간의 배양 세포에 실험했다. 미토콘드리아 내로 운반된 PIP가 목표 DNA 서열에 달라붙으면 클로람부실이 이 부분을 제거했다. 실험 결과,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는 상당히 많이 줄었다.
맞춤형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는 PIP에 있다. PIP의 화학적 구성을 조절하면 치료 화합물이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의 다른 부분에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에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논문의 교신 저자를 맡은 나마시바이암 교수는 "이번 개념 증명 연구는 레베르 유전성 시신경 병증 등을 일으키는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까지 확장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레베르 유전성 시신경 병증(Leber's hereditary optic neuropathy)은 주로 젊은 남성에게 생기는 희소 유전질환이다. 통증 없이 시력이 떨어지고 급성기엔 색각 이상도 나타난다.
개념 증명(proof-of-concept) 연구란, 시장에 도입할 신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특정한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걸 말한다. 이번에 개발된 화합물의 상용화 과정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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