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근시(myopia)가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플린더스(Flinders)대학 간호보건 대학 검안·시과학과(optometry and vision science)의 란자이 차크라보르티 박사 연구팀은 근시가 발생한 사람은 시력이 정상인 사람에 비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가 29일 보도했다.
근시가 나타난 사람은 24시간 생체시계가 늦게 가고 낮과 밤의 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애들레이드 수면 건강 연구소(Adelaide Institute for Sleep Health)의 도움을 받아 대부분 20대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4시간 생체리듬의 타이밍을 조사하고 소변과 타액 검사로 멜라토닌 수치를 측정했다.멜라토닌은 뇌(腦) 깊숙이 위치한 송과선(松果腺)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눈의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된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날이 밝아 빛의 양이 증가하면 분비량이 줄어들고 어두워지면 늘어남으로써 낮과 밤의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새벽 2~4시에 분비량이 최고조에 이르며 낮에는 거의 분비되지 않는다.
그 결과 근시인 대학생은 시력이 정상인 대학생보다 24시간 생체시계가 상당히 늦게 돌아가고 멜라토닌 수치는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근시 학생은 시력이 정상인 학생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고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토막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컴퓨터와 기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긴 것과 연관이 있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디지털 기기는 대부분 청색광(blue light)을 방출하는데 이 청색광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밤에 진행되는 생체시계가 늦게 가고 그에 따라 수면의 질도 나빠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4시간 생체리듬의 파괴와 근시 발생 사이에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청색광을 방출하는 전자기기와 인공조명의 등장으로 인체의 24시간 생체 리듬과 수면이 깨지면서 건강에 갖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것이 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근시란 안구가 지나치게 길쭉하게 자라 망막 위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 앞에서 맺힘으로써 먼 곳이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곳이 잘 보이는 현상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수면 연구학회(Sleep Research Society) 학술지 '수면'(Sleep)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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