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례로 코안에 알레르기 항원 같은 이물질이 들어가도 순간적으로 재채기가 터진다. 참기 어려운 이런 재채기는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이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감기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일으키는 재채기는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NMB 수용체, 재채기 억제 표적 부상
바이러스나 세균은 다른 숙주로 옮겨가는 수단으로 재채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재채기 반사'가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나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도 공기 중에 떠다니는 비말(aerosolized droplets)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특히 재채기는 기침이나 대화를 할 때보다 바이러스가 든 미세 침방울을 훨씬 더 많이 배출한다. 한 번 재채기하면 약 2만 개의 바이러스 비말이 나와 최장 10분간 공중에 떠다닌다.
기침은 한 번에 3천 개에 가까운 바이러스 비말을 내보내는데 이는 수 분간 이야기할 때 나오는 것과 비슷한 양(量)이다.
미국 워싱턴 의대 과학자들이 '재채기 반사'를 통제하는 뇌의 신경 경로와 여기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물질을 찾아냈다. 동물실험 결과, 이 경로를 조작하면 자극적인 물질을 흡입해도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
이 발견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의 전파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이 대학의 류친(Qin Liu) 마취학 부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는 15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류 교수는 "뇌의 신경세포가 알레르기 항원이나 바이러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더 잘 이해하면, 감염성 호흡기 질환이 재채기를 통해 퍼지는 걸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인간의 중추신경계에서 재채기를 일으키는 영역이 발견된 건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재채기 반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류 교수팀은 히스타민(histamine)이나 캡사이신(capsaicin)이 함유된 비말에 생쥐를 노출해 재채기 반사에 관여하는 뉴런 무리를 가려냈다.
이어 뉴로펩타이드(neuropeptides)의 일종인 B형 뉴로메딘(NMB)이 이들 뉴런에 재채기 신호를 보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재채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신경계 영역에서 뉴로메딘에 민감한 이들 뉴런을 제거하면 재채기 반사 자체가 차단됐다.
이들 뉴런은 모두 NMB 수용체를 생성했는데 이 수용체 발현을 막은 생쥐는 거의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NMB에 민감한 뉴런 가운데 뇌간의 호흡 관여 영역에 속해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연구팀은 두 영역의 신경세포들이 축삭돌기를 통해 직접 연결돼 있다는 걸 확인했다.
NMB에 반응하는 뉴런 무리가 위치한 영역을 NMB에 노출하면 외부 조건과 상관없이 재채기 반사가 일어났다.
히스타민이나 캡사이신 같은 알레르기 항원을 전혀 쓰지 않아도 생쥐는 재채기를 시작했다.
류 교수는 "재채기 반사를 매개하는 뉴런 무리와 이들 뉴런을 활성화하는 뉴로펩타이드를 한꺼번에 찾아냈다"라면서 "알레르기 항원이 유발하는 병리학적 재채기의 치료법 개발은 물론이고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의 확산 억제 전략에도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