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도 기생충? 소교세포 '면역 경보'로 꼼짝 못한다
'소교세포 파열→인터류킨 분비→면역세포 총출동' 메커니즘
2020.08.03 10:40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톡소플라스마증은 주로 고양이 분변에 섞인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의 알이 몸 안에 들어와 생기는 인수공통 전염병이다.

대부분 감염 증상이 심하지 않지만 드물게는 뇌, 안구, 장기 등에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임신 중에 감염되면 유산과 불임, 기형아 출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미국에선 감염자가 6천만 명을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국내 발병 사례는 표본감시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약 30건에 불과하다.
 

이 기생충이 뇌 조직에 침투해도 실제로 발병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이유를 미국 버지니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기생충을 막는 수문장은, 뇌의 중추 신경계를 지지하면서 면역세포 기능도 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였다.

소교세포라고도 하는 미세아교세포는 인터류킨-1 알파(IL-1α)를 분비해, 혈액을 타고 도는 다른 면역세포를 끌어모은 뒤 톡소포자충을 공격하게 했다.
 

이 연구를 수행한 버지니아 의대의 타이에 해리스 신경학 박사팀은 1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보통 뇌에 혼자 있는 미세아교세포가 기생충 침투 같은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다른 면역세포를 어떻게 동원하는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흥미롭다.
 

물론 이 메커니즘은 뇌 조직 부상, 신경 퇴행 질환, 뇌졸중, 다발성 경화증 등 면역학적 요소가 결부된 다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세아교세포가 IL-1α를 분비하려면 스스로 죽어야 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해리스 박사는 "톡소플라스마 같은 병원체로부터 뇌를 구하려면 미세아교세포가 먼저 죽어야 한다"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인터류킨이 미세아교세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면역계에 위기 상황을 알릴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박사팀은, 뇌가 병원체에 감염되면 염증 반응이 생겨 미세아교세포를 죽게 한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미세아교세포의 이런 파열(microglia burst)이 대식세포를 뇌로 불러들여 톡소포자충을 잡아먹게 했다.
 

건강한 사람은 이 기생충에 감염돼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데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증상이 심각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한편, 버지니아대 연구팀은 최근 몇 년 동안 뇌가 면역계와 단절돼 있다는 의학계 통설을 다시 썼다. 면역계가 위험한 감염병에 맞서 싸우려면 뇌를 통해야 한다는 게 새 이론 요지다.
 

인체 다른 부위의 면역세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뇌를 보호하는 미세아교세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리스 박사는 "뇌를 보호하기 위해 미세아교세포가 어떻게 경보를 울리는지 이제 알았다"라면서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이와 비슷한 구조 신호가 실종되거나 잘못 해석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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