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유명 여성병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40여 년 만에 문을 닫아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 병원에서 근무해온 퇴직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급과 퇴직금 등 수령하지 못한 급여가 수 억원에 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13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지난달 30일자로 폐업한 경기도 성남시 소재 곽여성병원(옛 곽생로산부인과) 전(前) 근로자들이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급여를 받지 못한 퇴직자는 40여 명으로 그 규모는 수 억원에 달한다.
병원 퇴직자 A씨는 "폐업이 확정된 후 직원들에게 급여와 퇴직금은 반드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갑자기 고용노동부에 대지급금을 신청해 임금을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급여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으나 마지막까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믿고 일한 직원들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대지급금은 근로자 미지급 임금을 국가가 대신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 도산으로 임금 등을 받지 못하고 퇴직한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하면 국가가 일정 범위 내에서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한다.
1981년 개원한 곽여성병원은 우리나라 대표 분만병원이다. 개원 이래 43년 간 전국 산모들의 신생아 출산을 담당해 왔다. 특히 2018년에는 단과병원 중 전국 분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5월 30일자로 폐업을 결정했다.
병원장 김 씨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병원을 믿고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을 생각하며 많은 노력을 했으나 악화되는 출산율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병원이 폐업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퇴직자들은 병원장이 직접 임금을 제 때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이들은 오는 6월 17일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해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지급금을 받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국가에서 지급하는 한도(간이 1000만원, 도산 2100만원)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랜 기간 근무해온 노동자들은 폐업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퇴직자들에 따르면 폐업까지 남아있던 직원 상당수는 10년 이상 종사자로 이 중에는 20년 이상 근무자도 있다.
또 다른 퇴직자 B씨는 "노동부에 신고한다고 급여를 모두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건이 해결되려면 원장이 노동부에 출석해야 하는데 연락이 안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원장이 빚이 많아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는 상황을 알면서도 묵묵히 일하며 서로 의지해온 직원들 모두 허탈해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곽여성병원은 홈페이지는 접속이 가능하나 연락이 불가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