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합류 전공의 "젊은의사 목소리 많이 부족"
임진수 기획이사
2024.08.22 05:17 댓글쓰기



"모르고 당하는 것 만큼 억울한 일은 없습니다. 적어도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 아니고 대화해서 들어야 현명한 선택 가능"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반발해 수련 도중 사직한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임진수 이사는 강동성심병원 외과에서 수련을 받다가 금년 2월 사직했다. 동시에 지난 6월부터 선배 의사들이 주축인 의협 집행부에서 활동 중인 임원이기도 하다.


의대생과 전공의, 그리고 의협 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그는 양측 모두에 발을 디디고 있다. 


임 이사는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억울한 선택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협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피하는 게 능사는 아냐, 강력 투쟁으로 맞서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나고 있지만 사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특히 집단행동에 들어간 젊은 의사들의 의협을 향한 불신이 커지면서 의료계는 '내분'이라는 또 다른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다.


실제 의협이 주도한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지난달 출범 한 달 만에 활동을 중단한 데는 전공의와 의대생 불참이 결정적이었다.


임 이사 역시 전공의 단체 대신 의협에 합류한 이후 많은 비판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위 '배신자'라는 비난과 함께 전공의 대표자 역할을 하며 졸속 합의에 동조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직을 선택했는데 대화를 피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어떤 식이든 소통은 해야 한다. 최소한 억울하거나 괴로운 선택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은 "전공의 의견을 대표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누구에게 무엇을 약속받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의협에 합류한 게 아니다. 가장 강력한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구교윤 기자.

"정부 졸속 정책 추진이 가장 큰 문제, 이대로면 모두 공멸"

"의료계는 대화 나서고 정부는 태도 전환 필요"


대다수 사직 전공의가 침묵하고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의협에 합류했다. 그 이유는.

침묵이 아니다. 각자 위치에서 다양한 생각을 갖고 의견을 내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이 많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제대로 된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협회를 이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무작정 찾아와 '젊은 의사를 위한 어떤 일이든 시켜달라'고 했다. 


의협에 합류하자 '배신자'라는 시선도 있었다. 당시 주변 반응은 어땠는가

각오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반응이 뜨거웠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직접적으로 비난을 사람은 없었다. 동료와 선후배들은 '응원한다', '너라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해줬고 거기서 '틀리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했다. 장고한 시간을 보내고 내린 결정이기에 후회는 없다.


기획이사로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나. 그리고 성과는 어떤가

일과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하고 싶은 것을 발굴해 이끌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전공의 진로 지원 테스크포스(TF)를 이뤄 사직 전공의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최안나 총무이사와 전국 순회 의대생 만남에서 질의응답 시간도 가지려 한다. 결국은 '소통'이다.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분까지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의협 회무 참여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좋은 점은 젊은 의사를 위한 사업 추진시 재정 사용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영리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목소리를 내는 젊은 의사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젊은 의사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수록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협 자문기구 중에는 '둥지'라는 전공의들로 이뤄진 팀이 있다. 협회에서 전공의를 위해 일하고 있는 분들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가 가진 다양한 의견을 직접 내주길 바란다. 


의정 갈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 반발 이유는.

의대 증원이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든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의대생 수준만 돼도 눈에 보인다.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정책이 아닌데 정부는 문제를 숨기고 가리려고만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어떤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모든 전공의가 대의를 위해 병원을 떠났지만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다 보니 전공의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의협이 유능한 젊은의사에 더 많은 참여 기회 부여해야"

"정부한테 모르고 당하면 안된다. 그래서 억울함이 커지면 안된다"


정부가 다양한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향후 전망은

정부는 우리가 짚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모든 게 공멸할 것이다. 응급의료든 지방의료든 모든 의료체계가 무너지면서 의료 수준 자체가 나락으로 갈 것이다. 의료계가 논리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달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더라도 논리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도 이를 모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알았으면 좋겠다.


의협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다. 가장 크게 달라진 입장이 있다면.

사실 의협이 어떤 일을 해도 관심사가 아니라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 크고 작은 오해가 생긴다. 가장 큰 오해는 협회가 회장 또는 소수 의견으로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임현택 회장은 회원들의 가장 많은 지지로 당선됐고, 의사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결코 독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내리지도 못한다. 실제 협회를 찾아오면 협회가 어떻게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모두 투명하게 들을 수 있다.


세대 갈등이 의료계 또 다른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세대 갈등은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상황을 세대 갈등 프레임에 씌어버리는 것은 잘못됐다. 이렇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여지 자체가 사라진다. 대화의 창이 닫아버리고 세대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은 악순환의 비극이다. 의협에서도 유능한 젊은 의사에게 더 많은 자리를 주고 기회를 열어주길 바란다.


의협을 향한 전공의들 불신이 여전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르고 당하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다. 적어도 정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직을 했는데 대화를 피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자문을 해봤으면 좋겠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에 무엇이 누락돼 있는지, 정부는 도대체 왜 그런 방안을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지 들어볼 필요는 있다. 협상장에 전공의들이 나가야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최소한 억울하거나 괴로운 선택은 피해야 한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