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교육부가 의대생 휴학 승인을 허용키로 하면서 의대생들 2024학년도 학사 일정은 사실상 공백으로 남게 됐다.
향후 의사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의대생들 복귀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내년에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위한 투쟁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서울대 등 20여개 대학, 의대생 휴학 승인
서울대 의대가 지난 9월 30일 정부의 휴학 불가 방침 속에서도 전국 의대 중 최초로 학생들 휴학을 승인했다. 의정갈등이 촉발된 지 7개월여 만이었다.
교육부는 “매우 부당한 행위”라며 즉각 고강도 감사에 돌입한 동시에 다른 대학에는 2025년도 1학기 복귀를 조건으로 달면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건부 휴학을 받아들인 학생들은 찾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당장 학생들이 돌아와서 남은 기간동안 한해 학사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며 의대생 휴학 승인을 요구하면서 정부는 수세에 몰렸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 10월 말 각 대학이 학생들 휴학을 자율적으로 승인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으며 11월 말 기준, 의대를 보유한 전국 40개 대학 중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울산대 등 약 20개 대학이 의대생들 휴학을 승인했다.
휴학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대학들도 학생 개별면담 등 절차를 거치는 대로 휴학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의대생들 올해 휴학 문제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의대생들 “내년에도 증원 백지화 투쟁”
자연스레 이목은 의대생들의 내년 복귀 여부에 쏠린다. 그러나 현재로선 암울한 전망 뿐이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이하 의대협)는 지난 11월 15일 서울 모처에서 이번 의정갈등 중 첫 대규모 회의를 열었다.
전국 40개 의대 및 의전원별 대표 7명 등 총 280명이 모인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로, 의정갈등에 대한 내년 의대협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회의에서 의대생들은 지속적인 투쟁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의 독단적 추진을 의료개악으로 규정한 데 이어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향한 투쟁을 2025학년도에 진행키로 했다.
앞서 의대협은 지난 3월 의대 증원 백지화 등 8가지 요구를 담은 대정부 요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 이번 투쟁 종결 선언은 전체 학생 회원들 의사를 반영해 결정하겠다고 결의했다.
조주신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총회 후 브리핑에서 “문제 해결은 해당 문제를 못 본 채하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소통을 흉내냄으로써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며 “책임을 시인하고 문제의 근원을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의대협은 아직 구체적인 내년 투쟁 방안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의대협과 강한 연대를 맺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1월 자신의 SNS에 “결국 학생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저는 내년에도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내다봤다.
의대 교육-의사 수급-군(軍) 의료 ‘연쇄 붕괴’ 우려감 팽배
학생들이 장기간 학교 곁을 떠나며 생긴 여파는 상당할 것 관측된다.
우선 올해 휴학한 2024학번 학생 3000여명과 내년 신입생 4500여명이 같은 학년의 수업을 듣게 되면서 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6년간 의대 교육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수련 기간까지 고려하면 10년간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학생들 교육기간을 기존 6년에서 5~5.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학교육 부실을 크게 우려하는 상황이다.
의료인력 수급 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당장 2025년 배출되는 의사 수부터 급감할 전망이다. 의대 졸업 예정자인 본과 4학년생들이 의사국시 응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2025년도 제89회 의사국시 실기시험 결과, 347명이 응시해 266명(76.7%)이 합격했다.
지난 88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응시자 3212명 중 3069명이 합격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을 밑돈다. 합격률도 95.5%에서 크게 낮아졌다. 최근 6년 중 가장 낮은 합격률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신규 전공의도 극심한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 자명하다.
향후 군의관 수급 전망 역시 어둡다.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37개 의대에서 군 휴학 허가를 받은 의대생이 1059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162명과 비교해 6.5배 증가한 수치다.
이들 대부분은 올 한해 휴학을 한 사이 군 복무를 해결코자 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의대생들은 전공의를 마친 후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로 군 복무를 이행해왔다.
그러나 군의관과 공보의 처우, 복무기간 등의 문제로 최근 몇 년간 지원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겹치며 이 사안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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