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기획 上] 의료계 새 화두 '환경오염…질병 유발 상관성 주목
② [기획 中] 대기오염→질병 발생 경고음에 안일한 한국 사회
③ [기획 下]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사에게 과연 환경이란?
[기획 中]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조재림 교수는 최근 열린 ‘기후와 환경, 그리고 건강’ 주제 심포지엄 연자로 나서 대기오염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상관성을 설명하며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조재림 교수는 미세먼지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소개했다.
첫 번째는 간접적인 경로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우리 몸은 이물질로 인식해 염증반응을 보이게 된다.
폐 깊숙한 곳에서 염증이 일어나면 사이토카인과 같은 염증 물질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들이 몸 전체를 돌다가 결국 뇌에도 염증을 일으키는 ‘신경염증’ 등을 유발하게 된다.
두 번째는 직접적인 경로다. 직경 100나노미터 이하 아주 작은 미세먼지의 경우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직접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게 되는 방식이다.
조재림 교수는 “이러한 기전들에 의해 미세먼지 노출은 뇌(腦) 위축을 유발한다”며 “영향이 지속되면 결국 치매 전(前)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진행되고 결국 알츠하이머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연구, 15년 전부터 수행…악영향 근거 축적”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 발생과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대기오염 물질인 이산화질소와 파킨슨병의 상관관계를 대규모 인구를 기반으로 입증해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조재림 교수는 “대기오염과 파킨슨병 연관성에 관한 연구들이 꽤 있지만 아직 일관적인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미세먼지 구성 성분 중 망간, 구리, 수은과 같은 신경독성이 있는 중금속이 파킨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오염과 신경퇴행 관련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15년 전부터 수행되기 시작, 현재는 상당한 근거가 축적된 상황이다.
초기에는 인지 기능 점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서 대기오염 노출에 따라 인지 기능 점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한 연구들이 주를 이뤘다.
이후 대기오염이 경도인지장애, 치매 등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들이 발표됐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뇌 MRI 기술을 이용, 대기오염 농도와 뇌 위축(대뇌 부피 감소 또는 두께 감소)의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은 이외에도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심근경색 ▲뇌졸중 ▲고혈압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통풍 ▲염증성 장 질환 ▲당뇨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조재림 교수는 “대기오염은 호흡기질환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과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며 “우리 몸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대기오염 기준, WHO 기준에 한참 못 미쳐”
하지만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 의식은 국내의 경우 해외에 비해 매우 안일한 수준이다.
조재림 교수는 “2021년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대기 질(質) 기준을 대폭 낮췄지만 우리나라는 과거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인체의 다양한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노출 수준은 없다는 것이 현재 학계 정설이며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대기기준은 세계보건기구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대기오염 수준을 낮추기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