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과 경쟁하고 보건소 역할 겹치는 동네의원
이용빈 의원·가정의학회, 일차의료 포럼 개최…"병상 총량 관리·만성질환 강화"
2022.12.22 07:00 댓글쓰기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병상 총량 관리를 통한 소규모 병원들의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만성질환관리 중심의 일차의료 강화 등이 제안됐다.


21일 대한가정의학회와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실은 공동으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일차의료 포럼’을 개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급성기 병상이 늘어나고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병원뿐만 아니라 소규모 병원의 병상도 급증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체급과 관계없이 모든 병원과 경쟁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건소와도 포지션이 겹친다. 이에 초고령화 사회 및 저성장 시대 진입을 앞두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이를 중심으로 한 병상 수 증가로 인해 의료 인력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며 "의원은 외래에선 대학병원과 경쟁하고, 전문의원 및 보건소와도 역할이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의료기관 간 기능 정립과 협력이 없이 경쟁과 갈등만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 주민의 참여 증가에 따른 지역보건의료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자원의 불균형은 크고 운영 계획도 부재하다"고 덧붙였다. 


정명관 정가정의원 원장도 "우리나라 일차의료기관에서 전문의들이 2차 진료를 하고 있고, 병원에서 단과 전문의들이 일차의료기관에서 봐야 할 환자를 보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인구 수(5000만명)에 필요한 기능적 의사(주치의)는 3만~5만명 수준이지만,  가정의학과·내과 등 의사 수는 1만명 정도 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개인 병원 신규 진입 및 종합병원 병상 수 제한해야"

"지역 기반의 의료기관 기능 정립 노력 필요"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과잉 공급된 병원급 의료기관 구조조정, 만성질환 중심의 일차의료 모델 및 지불제도 개편, 민간 주도의 시범사업 추진 등이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임준 교수는 "병상 총량 관리를 통한 병상 수급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병상수급계획 조정 권한을 의무로 강화하고, 개인병원의 신규 진입은 억제하면서 종합병원은 법인으로 전환, 300병상 이상으로 병상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병원의 병상 관리 및 조정을 위해선 퇴출 구조 마련도 선결돼야 한다"며 "더 중요한 것은 정부가 보건의료기관 수 확대보다 병상 당 적정 인력 확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은철 연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원급은 지역 기반 의료와 요양의 통합돌봄 기능을 확립하고, 전문의원화가 필요하다"며 "병원급은 지역 기반으로 전문병원·종합병원·요양병원으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전문 진료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질병 구조가 만성질환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일차의료기관의 역할도 조정하며, 추가적인 보상체계도 필요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대한내과의사회는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내년부턴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 추진할 계획이다.


임 교수는 "만성질환관리 중심의 일차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질 향상에 따른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서비스에 대한 추가적인 비용 지불이 필요하다"며 "의료 취약지역에 대한 보상 강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인센티브 제도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노인·장애인·영유아 대상 포괄적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전개해야 한다"며 "일차의료를 기반으로 한 의뢰·회송 체계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은철 교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를 비롯해 정부 주도하는 시범사업이 44개인데 이중 31개가 건강보험 관련한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단 민간 주도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로운 서비스 및 지불모형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인 건강보험혁신센터를 건립하고, 센터에선 가입자(건보공단) 혹은 의료기관(심평원) 중심의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평가하도록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의료 수요에 따라 의료서비스가 전달되는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공급자 중심의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방안은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체감도를 높이려면 실질적인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


이상일 국민건강보험 급여사임이사는 "그동안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정책이 환자를 대형병원 밖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밀려난 환자가 일차의료기관으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이 없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일차의료기관이 환자를 이끌 환경이나 조건을 갖추지 않는다면 환자들은 계속 대형병원을 찾게 될 것"이라며 "일차의료의 기능 정립 없이 단순히 의료전달체계의 필요성만 강조하는 것보단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도처럼 일차의료를 통해 국민의 의료수요를 충족하고 만족도를 높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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