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개설한 면허대여 약국, 일명 '면대약국'이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 급여를 불법으로 챙기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나 부당 이득에 대한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면대약국으로 적발된 기관은 88곳으로, 이들이 불법 편취한 요양급여는 4638억3200만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20년 이상 2000억원에 이르는 요양급여를 편취한 약국이 적발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최근 전북 익산 한 대학병원 인근 A약국이 2000년부터 2021년까지 약사면허를 대여해 운영하면서 2000억원의 요양급여를 불법 편취한 것을 적발하고 전북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은 이 약국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370억원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경찰이 인정한 부당수령액은 건보공단 환수결정액인 2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면대약국은 약사법상 약국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약사를 고용해 약사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는 불법 기관으로, 사무장병원과 비슷한 형태다.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 불법 편취를 관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단속이나 부당 이득에 대한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건강보험법은 면대약국이 가져간 요양급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액 징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요양급여를 실제로 되돌려 받기는 쉽지 않다.
건보공단이 2018년부터 5년간 실제 징수한 면대약국 급여 환수금은 301억8600만원으로 전체 환수 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6.51%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치과병원(43.69%), 한방의원(24.23%), 의원(14.64%), 한방병원(13.07%), 병원(11.34%) 등 다른 의료기관 징수율과 비교해 면대약국 징수율은 유독 낮다.
건보공단은 "면대약국의 경우 한 사람 명의로 여러 약국을 개업하는 네트워크 약국 형태가 많아 운영자가 환수결정액을 다 납부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고 설명했다.
면대약국 기관당 평균 환수결정액은 35억2500만원이고 평균 징수액은 2억1800만원이다.
면대약국 운영에 대한 심증이 있어도 수사권이 없는 건보공단이 관련자를 직접 조사해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도 징수와 불법 기관 근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건보공단은 약국과 사무장 병원 등 불법·허위 청구 의료기관을 신속히 적발·단속해 건보재정 누수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