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가 의료게이트로 확산되면서 승승장구하던 차병원그룹의 각종 사업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14일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차병원 특혜 의혹과 관련한 각종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그동안 차병원그룹은 ‘의료‧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와 발전’을 외치며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불과 한달 전인 지난 11월에는 경기 고양시에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국제여성병원 일산 글로벌 라이프센터’ 설립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당시 차광렬 총괄회장은 “일산 글로벌 라이프센터는 비행 거리 3시간대의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권역을 중심으로 여성 10대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세계적인 한류 병원이 될 것”이라며 “일산 글로벌 라이프센터 건립을 통해 바이오 단지가 합쳐진 세계 최초의 바이오 시티를 만들어 고양시가 세계적인 의료 도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국제여성병원은 연면적 7만2725㎡, 지하 8층~지상 13층 규모로, 오는 2019년 2월 완공이 목표였으나 ‘의료게이트’ 논란이 차병원그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국제여성병원 설립 추진 현황과 관련, 병원 측은 “현재 거기에까지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국조특위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 측 관계자는 “고양시와 차병원이 MOU를 맺은 것은 맞지만, 센터 설립은 시가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라 병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방향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차병원그룹 계열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기업 차바이오텍도 타격을 입었다.
박근혜 정부의 특혜 의혹 등으로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11월 이후 12.6% 하락했다. 결국 차바이오텍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급한 불을 끄는 등 대응했다.
해외 의료기관 인수 및 설립을 위한 프로젝트 역시 제동이 걸렸다.
지난 12일 차바이오텍은 한국거래소의 해외 의료법인 인수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중국·홍콩 지역의 의료기관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는 사업 타당성 검토 단계에서 한-중 관계 변화에 따라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공시했다.
차바이오텍 측은 "최근에는 싱가포르 내 의료기관 진출을 위한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 일본, 대만 등지에 여성 전문병원 등 의료기관 인수 및 설립을 위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나 확정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차바이오텍 측은 ‘한중 관계 변화’라는 대외적 배경을 이유로 들었으나, 차병원그룹 자체에 드리워진 ‘의혹’이 말끔히 해소돼야 진행 중인 다양한 프로젝트 등에 힘이 실릴 수 있을 전망이다.
병원계 한 인사는 “이번 정권 들어 차병원이 각종 수혜를 입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잘 나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의혹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국 상황이 되면서 소비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병원 전반에 환자 발걸음이 줄어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