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를 준비하는 당사자들과 병원들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오는 14일 예정된 제3차 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증인으로 채택된 9명의 의료인 외에도 증인이 소속된 병원의 법무팀과 홍보팀 등은 긴박하게 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더욱이 증인으로 채택, 국회 청문회장에 출석하는 서창석, 이병석 원장이 우리나라 최고 의료기관 수장이고 병원계 인사들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국회 청문회에 나온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지대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특검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고 특히, 탄핵 사유서에 생명권 위배로 적시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쇄도할 것으로 전망돼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부담이 더 커진 상태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의료행위 의혹이 불거진 만큼 당시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원장(2013년 5월~2014년 8월)에게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과 당시 청와대 의무실장을 지낸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통령 자문의를 맡은정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 등은 모든 사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증인 출석이 가장 많은 세브란스병원은 청문회를 위한 별도 TF팀을 꾸리지 않고 차분히 준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질문하면 팩트(사실)에 근거한 성실한 답변을 할 것”이라면서 “예상 질문 등은 만들지 않았다. 예상 질문이라는 것이 벌써 언론에 다 공개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청문회나 증인으로 서는 것은 큰 부담”이라면서 “재벌 총수들은 모범답안 리허설 등의 준비를 했다지만 사실 의료행위는 모든 것이 기록에 남고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청문회에서 모든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다른 관계자도 “거짓이 거짓을 낳고 종국에는 것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TF팀을 꾸리거나 예행연습 등은 의미 없다. 진실만 답하는 것이 모범답안”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의료게이트 중심에 서 있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2014년 9월~2016년 2월) 역시 날선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창석 원장의 재임기간에 청와대의 향정신성의약품과 의료용 마약류 구매가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리제, 아이알코돈, 옥시코돈·날록손 복합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바 있다.
윤 의원은 "청와대가 각종 응급상황과 해외순방 등의 사유로 향정신성 의약품과 의료용 마약을 보유할 수는 있다"고 전제한 뒤 "기존에 제출한 의약품 구매목록에 포함되지 않는 새로운 의료용 마약이 등장한 것은 물론 각종 의약품 관련 거짓말이 드러남에 따라 과잉사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 원장은 이른바 '김영재 봉합사'의 서울대병원 도입을 두고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진료의사로 김영재 원장을 위촉한 것에 대한 사실 관계도 해명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서 원장도 조심스럽게 청문회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서울대병원은 TF팀을 꾸리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나왔던 내용들을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한 보직자는 “서창석 병원장 이슈는 병원 이슈가 아니어서 병원 차원에서 준비하는 것은 없다. 준비를 하더라도 원장 측근에서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필요한 자료 요청이 있다면 지원을 할 수 있지만 병원 차원에서의 대비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병원그룹 차광렬 총괄회장은 대리처방과 차병원 그룹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차병원 역시 병원차원의 준비는 없으며 차광렬 총괄회장이 법무팀과 함께 긴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적으로 알려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와 관련, 차병원 관계자는 “청문회를 잘 준비하고 있다”고 짧게 답해 그 같은 분위기가 엿보였다.
최근 들어 언론에 회자되는 순천향대서울병원도 애초 의사와 환자 사이에 벌어진 일로 병원 차원에서의 개입은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한 관계자는 “산부인과 이임순 교수 건은 병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연루된 일이다. 병원차원에서 별도로 대응체계를 만든다던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증인 출석과 관련해서 병원 차원의 대책 등은 배제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병원을 대표하는 경영진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대 개인, 의사와 환자로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 교수 역시 나름대로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 농단의 중심에 있는 김영재 원장(김영재 의원)과 김상만 원장(녹십자아이메드 원장/대통령 자문의)이 이날 어떤 발언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의료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초대 대통령의 주치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전 대통령 주치의) ▲김원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초대 청와대 의무실장) ▲차광렬 차병원그룹 총괄회장 ▲이임순 순천향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대통령 자문의) ▲김영재 원장(김영재 의원)과 김상만 원장(녹십자아이메드 원장/대통령 자문의) 등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