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 명의를 도용해 논란을 빚고 있는 비대면 진료 중개 업체가 지금까지 1000여 명의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린 것으로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확인됐다. 처방전은 받지 않고 진료 상담만 받은 환자는 약 1만 명에 달한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업체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취재 당일까지 서비스는 별도 제재 없이 정상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5일 의사 명의를 도용해 비대면 진료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행한 업체 대표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안산단원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업체는 지난 6월부터 인공지능(AI) 기반 비대면 채팅 서비스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전을 발급해 왔다.
내과, 외과, 피부과 등에서 300만 건이 넘는 처방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환자와 문답 형식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환자 선택에 따라 처방전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업체가 내린 처방전에 기재된 의료기관과 의사 실명, 면허번호 등이 모두 도용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의협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기관 명의를 도용해 무단으로 처방전을 작성하거나 교부하는 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해당 업체 대표인 A씨를 관할 구역 경찰서에 고발한 사실을 알렸다.
의료법 제27조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협은 특히 "비대면 진료 대상 여부 확인 없이 단순 메신저만을 이용해 환자를 진단하고 환자가 직접 홈페이지에서 처방전을 내려받을 수 있어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남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본지는 해당 업체 대표인 A씨에게 연락해 논란을 빚고 있는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입장을 전해들었다.
특히 지금까지 1000여 명의 환자가 처방전을 받았고, 처방전을 받지 않고 진료상담만 받은 환자는 약 1만 명에 달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A씨는 "의사면허를 불법으로 쓴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의사 명의를 도용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특히 의사 개입 없이 인공지능이 진단을 내리고 처방전을 발급한다는 점은 부인했다.
A씨는 데일리메디와 통화에서 "인공지능으로 상담을 받은 환자가 결제를 하면 처방전이 제휴 병의원 의사에게 전달되고 내용에 문제가 없으면 의사가 발행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휴 병의원과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고 이 시기에 일정 기간 명의를 도용하게 됐다는 것이 A씨 설명이다.
A씨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인정하고 미진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언론 보도 이후 실제 불법약물 처방 문의가 급증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비스를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MRI, CT 등의 장비를 사용하는데 이는 결국 정확한 처방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도 의사가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도구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