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의사의 단체행동을 범죄화하는 의료법 제59조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회의실에서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료관계법상 업무개시명령 현황과 문제점' 포럼에서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팀장은 이와 같이 밝혔다.
김형선 팀장은 “문재인 정부가 극단적 사회민주주의 국가 또는 사회국가주의 이념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의사의 단체행동을 범죄화하는 의료법 제59조 개정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역행하는 의료인 통제 목적의 의료법 제59조 남용과 의료인을 물적 대상으로서 관리하려는 시도는 결국 의료 민주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의 의사 파업을 소개하며 "유럽에서 의사파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의사단체는 의사의 근무조건, 법제도 개선 등 목적 달성을 위해 경고파업과 총파업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범죄화하는 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선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문화, 경제, 정치적 배경 및 법제도가 다른 외국 제도를 벤치마킹 하고자 한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 실정에 맞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의사파업을 규제하려는 정부 태도를 비판했다.
김 팀장은 또한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던 '의사= 공공재' 발언을 두고 "전시상황 이외에 그 어느 시대에도 의사를 공공재로 귀속하고, 동원한 예를 찾아 볼 수 없다"며 "의료인을 물적 대상으로서 관리하려는 시도는 결국 의료 민주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용범 변호사 “정부 업무개시명령 위법성 소지 다분”
이번 포럼에서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 역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위법성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8월 파업에 참여했던 전공의·전임의들을 향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과 관련해서 법조인의 비판 의견이 제기됐다.
김용범 변호사는 ▲절차상의 하자 가능성 ▲사실 오인의 위법 ▲명확성 원칙 위배 ▲기본권 침해 가능성 ▲비례 원칙 위배 가능성 등을 짚으며 이번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전임의들에 업무개시명령처분을 내린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업무개시명령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던 전공의에까지 업무개시명령을 적용, 처분을 지시한 것은 법조계에서 큰 논란이 됐다"고 전하며 정부 정책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헌법 제15조의 직업의 자유는 어떤 직업을 수행하지 않을 자유를 함께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에서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해서도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형사고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단지 의사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사직의 자유까지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사건 처분을 통해 실질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는 공익보다 사건 처분을 통해 원고들이 입게 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나 단결권, 단체행동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 제한이 더 커 보인다. 발동의 필요성이 과연 있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상당성의 원칙, 비례 원칙 위배 가능성도 크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