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화두로 부상 중인 가운데 정부가 이번에는 ‘원격협진’의 진입장벽을 완화했다.
‘원격의료’라는 명칭을 ‘비대면 진료’로 바꾸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도입을 위한 속도전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의사와 의사 간 원격협진시 자문료 명목의 환자 본인부담 비용을 경감해 제도를 활성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시행령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보낼 때 회송료와 원격협진 자문료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행령 개정안은 다른 의료기관 방문환자에 대한 자문 시, 해당 자문료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을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원격협진은 이미 현행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만큼 원격의료와는 별개이지만 ‘비대면 진료’라는 개념에서는 맥(脈)을 같이 한다.
때문에 이번 조치 역시 ‘비대면 진료’ 활성화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코로나 이후 ‘비대면 진료’ 제도권 진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 한시적인 전화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특히 진찰료 100% 인정은 물론 야간‧공휴일 등 수가 가산도 산정해 주고 있다.
청와대도 적극적이다. 김연명 사회수석은 “환자‧의료진 안전과 코로나19 제2차 대유행 대비를 위해 비대면 진료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며 “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찮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비대면 진료 허용 움직임이 가속화 되자 “코로나19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술책”이라며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코로나19 비상시국을 이용해 의사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원격의료를 추진하려는 시도를 이해할 수 없고,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고 힐난했다.
이어 “의사와 환자 간 대면진료가 원칙”이라며 “환자의 의료 이용 편의성이나 비용 효과성 기준, 즉 경제적 목적으로 원격의료가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혼란기를 틈타 원격의료를 강행한다면 의협은 ‘극단적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권 진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원격의료’ 도입에 긍정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는 TBS의 의뢰로 시행한 비대면 진료 도입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비대면 진료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43.8%로 반대의견 26.9%에 비해 약 17% 가량 더 많았다.
도입 찬성의 주요 이유는 ‘의료산업 활성화와 진료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반대 이유는 ‘오진 가능성이 있고 대형병원 독점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불법 사무장병원’의 체납자 인적사항을 더욱 상세히 공개하기로 했다.
부당이득 징수금 1억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를 대상으로 이름과 나이, 주소, 체납액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특히 요양기관 종사자가 불법 개설되거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청구하는 의료기관을 신고하면 받게 되는 포상금 상한 기준도 기존 10억원에서 20억원까지 대폭 올리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이영재 기초의료보장과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의료기관 간 협진은 활성화되는 한편 사무장병원의 부당이득 징수금 체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