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청구’ 온상처럼 여겨지고 있는 자동차보험 단속에 의료계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 급증 문제, 불합리한 자동차보험 수가 및 심사기준 문제 등 주요 현안 관련 긴밀한 대응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자동차보험위원회(위원장 이태연)를 구성하고 자보 관련 각종 현안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해오고 있다.
의협 자보위원회 등에 따르면 건강보험보다 자동차보험 심사기준이 더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같은 2주 입원이라도 의과는 삭감, 한방은 용인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연 위원장은 “많은 회원들이 문제로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신경차단술”이라며 “건강보험 진료에서는 의사 판단 하에 시행할 수 있는데, 자동차보험 기준으로는 2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경차단술은 척추질환 통증 완화로 흔히 시행하는 시술인데, 건강보험 기준으로는 통증이 있는 급성기 상황에서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기준 상으로는 병원 진단 후 2주가 지나서도 통증 개선이 없을 경우에만 시행이 가능해서, 2주 안에 시행된 시술은 대부분 삭감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다.
이태연 위원장은 “이 같은 기준이 오히려 환자 일상 복귀를 어렵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목 염좌를 예로 들면 의과에서는 길어야 4~5일 입원으로 진단하는데 한의는 평균 2주 넘게 입원한다.
의과와 한의를 별도로 심사하다보니 똑같이 2주 입원해도 의원은 과잉진료, 한의원은 평균적인 진료가 돼 버린다.
의원은 불필요한 입원을 했다며 삭감당하다 보니 한방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의과를 초과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자보위원회에서는 진단명별로 평균 입원기간, 진료비 등을 개별적으로 분석해 한방 진료가 얼마나 과잉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이태연 위원장은 “중증환자를 많이 보고 수술도 시행하는 의과 진료비가 한방보다 낮은 현 상황의 실태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연구 통계가 나오면 적나라한 현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의과 경증진료, 의과보다 비용효과성 낮아”
자보위원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1년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 자동차보험질병 소분류별 다발생 순위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증환자 한의과 자동차보험진료가 비용대비 효과성에서 2~3배 차이가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의과와 한의과 질병 소분류별 다발생 입원 및 외래 모두 1순위는 목부위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 2순위는 요추 및 골반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이었는데 한의과가 의과에 비해 진료비, 입원일수, 건당진료비 부문 모두 높게 나타나 비용면에서 지출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목부위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 입원 환자는 의과가 한의과보다 많음에도 진료비는 의과 약 900억 및 한의과 2100억 가량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2.4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일수는 의과 약 75만일, 한의과 128만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1.7배 많고 건당 진료비는 한의과가 의과 대비 2.7배 높았다.
요추 및 골반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은 비슷한 환자수에도 진료비는 의과 460억, 한의과 1670억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3.6배 많았다.
입원일수는 의과 32만일, 한의과 102만일 가량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3.1배, 건당진료비는 한의과가 의과 대비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기준으로는 환자수는 비슷했으나, 목부위의 관절 및 인대의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 진료비는 의과 999억, 한의과 4230억 가량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4.2배에 달했다.
내원일수는 의과 284만일 및 한의과 554만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1.9배, 건당진료비는 한의과가 의과 대비 2.2배 높았다.
요추 및 골반 관절 및 인대 탈구, 염좌 및 긴장 상병 외래 진료비는 의과 616억 및 한의과 2300억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3.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원일수는 의과 158만일 및 한의과 304만일로 한의과가 의과 대비 1.9배, 건당진료비는 한의과가 의과 대비 1.9배 높았다.
이태연 위원장은 “분석 결과에서 볼 수 있듯 자동차사고의 다발생 상병 1, 2순위에서 비슷한 환자 수에도 불구하고 한의과가 의과 대비 입원 및 내원일수가 많고 건당진료비도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어 “의과가 한의과보다 합리적 진료와 예후 및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경증환자 장기입원 등의 문제가 한방 자보진료비 급증 및 자동차보험료 인상 주요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자보 합리적 지출 심사만으로는 ‘통제’ 어려운 실정”
지속적인 자동차보험 한의과 진료비 급증 추세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1년부터 입원실을 운영 중인 한의원을 중심으로 현지확인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까지 총 88개소를 실시했고 약 74억원을 환수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한방진료 관련 심사지침 신설 후 한의과 입원 진료비 청구금액은 5.5% 감소, 조정금액은 16% 증가하는 등 심사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경미한 진료 증가세를 심사 업무만으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이연봉 센터장은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진료비 증가율이 둔화됐고, 하반기로 갈수록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첩약이나 약침 등 증가율이 높은 항목 심사를 위해 의학적 근거를 검토하고 있는데 참고 자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국토부에서도 첩약항목 심사 관련 연구용역을 시행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개선이 가능한지를 제안하지 못했다”며 “한방 영역이 근대화 이후 의학적 근거 중심 연구 사례가 많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를 강화하고 싶어도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센터장은 국민과 의료계, 손해보험업계에 협조를 구하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센터장은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지출되고 있는지를 관리하는 것은 심사기관의 심사만으로 100% 담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자리를 거쳐간 많은 분들의 고민과 제 고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보험 심사 수탁 이후 약 10년간 진료비 증가 원인을 살펴보면 경미환자 입원진료 경향성 증가, 첩약과 약침 등 비급여 진료의 일률적 조제와 처치, 진료사실이 없거나 사실과 다르게 높은 비용으로 청구하는 각종 침술 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외래 진료만으로 충분히 치료 효과가 있는 타박상, 염좌 등 경미상병은 외래진료를 충분히 보장되도록 심사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의사 치료방향 결정을 지원할 수 있는 진료지원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손해보험에서 지급보증현황통합시스템과 같은 프로그램을 구축해 의료기관과 공유하면 치료방향 결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손보업계에서 경미한 상병으로 4주 이상 진료가 필요한 경우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입원/외래 진료방식에 따른 보상기준이 달라 진료를 선호하지는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입원실을 운영하는 한의원이 모여 별도 협회를 발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한의계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 아닌, 대한한의사협회의 한의학 정상화를 위한 고뇌에 큰 보탬이 되고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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