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치료제, ‘선(先) 등재 후(後) 평가'
전문가 '지출 규모 확대 어렵지 않다' 주장···복지부 '적절한 모형 검토 중'
2022.02.26 06:3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최근 고가 희귀의약품이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추세지만 더딘 국내 허가 및 보험등재로 인해 정작 치료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를 쓰지 못하는 간극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금년 정부의 ‘제2차 희귀질환 종합관리계획’ 시행을 앞두고 “희귀질환치료제 ‘선(先) 등재 후(後)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희귀의약품 지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됐다.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한 ‘희귀질환 극복의 꿈, 실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현실’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모였다. 
 
이날 전은석 삼성서울병원 심뇌혈관병원 아밀로이드센터장(순환기내과 교수)은 “강한 임상근거가 있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강하게 권고되는 약제더라도 국내서 현실적으로 처방이 불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에 대해서는 허가와 동시에 빠르게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마련과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종혁 중앙대 약대 교수는 현재 마련된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보험등재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현재 해당 제도로는 ▲진료상 필수의약품(10개 성분) ▲ICER값 탄력평가(26개 성분) ▲위험분담계약(55개성분) ▲경제성평가 면제(20개 성분)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유병률이 낮고 질환에 대한 지식도 부족한 희귀질환 특성상 R&D,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기대여명과 관계없이 해외서 BTD·PRIME 등으로 신속승인된 혁신의약품 가운데 극소수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위험분담계약·경제성평가면제 등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체제가 없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선 등재 후 평가’ 등의 새로운 등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희귀질환 기금 조성 등 건보 재원 외 다른 재원 활용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 등재 후 평가 방식에 대해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추후 평가를 위해 등재 시 유용성·비용효과성 평가 등을 다시 제약사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적절한 모형을 찾는 것을 검토 중이다”고 답했다. 
 
국내 희귀의약품비 지출, 건보 재정상 2%수준 불과    
 
희귀의약품비 지출을 지금보다 늘려도 재정 상 큰 어려움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모였다.  
 
이종혁 교수가 인용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총약품비 지출 중 희귀의약품 지출 비중은 ▲2014년 1.3% ▲2015년 1.5%  ▲2016년 1.5% ▲2017년 1.6% ▲2018년 2.1% 등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전체 약품비 중 희귀의약품 처방 비중은 2018년 기준 약 15%에 달하면서 국내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교수는 “산출방법이 달라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는 희귀의약품에 재정 지출을 더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김민영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상무는 “국내 희귀의약품비 비중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급여 등재율이 낮기 때문”이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60~80% 등재율을 보였지만 2018년 이후 최근 4년 간 등재율이 31%로 절반 수준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상무는 경제성평가면제 적용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득을 이어갔다.
 
그는 “2020년 건보 전체 약품비 19조원 중 위험분담계약 대상 의약품 비용은 4%였고, 경제성평가면제 대상 의약품은 0.5%였다”며 “후자의 경우 환급액을 감안하면 실제 지출된 규모는 더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정부가 경제성평가면제를 통해 등재된 약제로 인한 재정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것을 안다”면서도 “대상환자가 소수고, 등재 후 사용량 상한을 초과하면 환급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등재 트랙 방식보다 재정관리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창현 과장은 “최근 첨단 제약기술이 발전하며 혁신적이면서도 초고가 보험 등재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건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이 내는 보험료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재정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신약접근성 향상 제도를 적극 활용 중이지만 시급성·형평성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둔다”고 덧붙였다. 
 
김애련 심평원 약제관리실 실장도 “등재 고려 시 인기 질환인지 비인기 질환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며 “비용효과성·건보재정영향 등을 고려해 보완점이 있으면 지연되고, 요건이 갖춰지면 빨리 등재되는 것임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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