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과 건강보험공단과의 내년도 수가를 위한 첫 회의는 상호 조심스럽게 입장을 피력하면서 무난히 마무리 됐다.
각종 통계가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의협이 공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의협 협상단은 일반적으로 공급자가 수가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피력하는 1차 협상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단장 이철호)은 건강보험공단과 19일 오후 5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201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첫 협상을 가졌다.
의협 협상단에서는 단장인 이철호 부회장, 연준흠 보험이사, 임익강 개원의사협의회 보험이사가 자리했다. 송후빈 충청남도의사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1차 기관 폐업률을 비롯한 환자수, 요양급여 실적 등 지난 1년간 모아온 통계치, 외부 용역을 통한 연구까지 방대한 양의 자료를 공단 측에 전달했다.
제출한 자료가 공단에서 연구한 자료와 비슷하다면 공단 측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특히 그동안 1차 의료기관이 타 병원, 단체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개원가 현실을 통계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계산이다.
공단은 의협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후 2차 회의에서 보다 구체적 의협 안들을 수렴키로 했다. 의협의 2차 협상은 오는 26일 오후 5시 진행될 예정이다.
의협 “붕괴 직전 1차 의료기관 어려움 호소”
한 시간 이상 걸린 첫 회의를 마치고 저녁 6시 30분 경 기자들과 만난 이철호 부회장(의협 협상단장)은 “덕담을 통해 회의를 시작한 만큼 좋은 분위기에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서로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의협은 “1차 의료기관의 경영이 더욱 힘들어져 이제는 붕괴 직전에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으며, 공단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호 부회장은 “1차 기관이 타 의료기관, 단체 등과 비교해 역차별 당하고, 갈수록 경영상태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자료를 공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병원의 비싼 진찰료 때문에 서민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상황이 많다”며 “동네의원을 이용하면 국민이 쉽게 접근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건보재정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개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역설하기도 했다. 백화점, 대형마트와 동네수퍼가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를 위한 정책이 나온 것처럼 1차 의료에도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점점 어려워지는 의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과 함께 의원 수가 현실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언급하면서 동네의원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이 부회장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환자안전, 국민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떠올랐다. 1차의료는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철호 부회장은 “현재 1차 의료기관은 출혈이 심한 죽기 직전의 응급환자와 같다. 1차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응급수혈, 즉 수가인상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