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의대 정원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안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합동연구 조직을 제안했다.
2025년 증원은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시작하고 2026년부터 정부‧의료계가 합동연구를 토대로 정밀 추계, 연도별 증원 계획을 세우자는 구상이다.
미래 의료수요 증가로 의대 정원 확대는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지만, 현재 의학교육 환경 내 소화 가능한 규모로 증원을 추진해 의학교육 현장 및 입시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중재안이다.
과학기술한림원과 의학한림원은 13일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주제로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와 의료계 대화를 위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한희철 의학한림원 부원장은 “향후 독립적인 연구조직을 갖추고 지속 의사 인력의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의사 인력을 결정할 인력 거버넌스를 구축해 의대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대 정원확대는 찬성하지만, 증원 문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한 부원장은 “우선 정원 증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진행하고 증원이 필요하다면 교육현장에서 수용 가능한지를 판단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는 환자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논의 장(場)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료계 문제를 심각하게 엉켜있는 실타래와 비교했다. 급격한 증원과 의대 교육 질(質) 저하는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장기적 발전계획 부재도 꼬집었다.
그는 “모든 문제는 지난 23년간 명확한 보건의료 발전 계획 이 진행된 의료제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학 발전과 국민 건강을 모두 고려해서 교육, 연구, 진료를 모두 발전시킬 세부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 연착륙을 위한 논의의 장을 열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의료계도 국민 아픔을 이해하고 정부가 논의의 장을 열면 최선의 노력을 함께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수 차관, 필수의료 붕괴 원인 '저수가' 지적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 차관은 필수의료 붕괴 원인에 대해 저수가라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정부도 수가 인상에 진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즉, 필수의료는 저수가와 대학병원의 보수적인 급여 체계에 기반한 경직성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민수 차관은 “대학병원의 보수 구조가 공무원과 유사한 관료적 보수 구조체계를 가진 탓에 시장과 관계없이 상태로 운영된다”며 “오히려 중소병원들이 시장 가격을 반영해 지역 중소병원 의사들 보수는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즉 의사를 구하지 못해 시장 임금에 비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해석이다.
특히 개원가와 미용으로 갈수록 워라벨과 보상이 더욱 좋아지는 기현상도 조명했다. 이에 필수의료 분야 인력이 개원과 미용‧성형 시장으로 빠르게 빠져나간다는 진단이다.
박 차관은 패널 질의로 나온 일본식 의대정원 정책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핵심부터 살펴보면 일본도 필수의료 문제 해결 과정에 있다는 해석이다.
박 차관은 “일본 의대증원 시나리오는 완벽한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필수의료 문제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며 “중요한 사실은 일본도 앞서 응급실 뺑뺑이 등을 필수의료 문제를 겪었고 이를 해결키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필수의료 소생 위해서는 정부 인식 변화 필요"
김성근 가톨릭의대 외과 교수는 ‘필수의료 해결을 위한 선결조건’을 주제로 필수 의료에 대한 정부의 인식에 조정이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성근 교수는 “의료계의 입장은 의료수가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 인력확보 정책,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 등이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선결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해결 방안은 ▲필수인력 가산수가 고위험 ▲고난도 포함수술 수가 개선 ▲야간, 휴일, 응급수술 당직 등 정책 가산 ▲소아 진찰료 등 공공정책수가 가산제도 도입 ▲인프라 구축과 동반 등이다.
그는 “지금 의대 정원 때문에 시끄러워 필수의료 문제는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지만, 문제가 당장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현장을 떠날 사람 많다”며 “적정 보상 제도 개선이 순차적으로 잘 이뤄진다면 당장 내년부터 인력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 기반의료 본격 논의할 때”
홍윤철 서울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필수의료 소생을 위한 가치 기반의료를 조명했다.
홍윤철 교수는 “필수의료 소생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 기전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가치 기반 의료 체계”라며 “상대 가치의 보완 수준을 넘어 보건의료 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치 기반 체계가 임상 현장에 제대로 자리 잡을 시 국민은 물론 의료 서비스 제공자 또한 만족하는 의료 보상 시스템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수급 추계 요약 시 2035년에 부족 현상을 겪고, 2050년 이후에는 완화되거나 과잉 공급으로 변하기 때문에 증원 후 조절을 제안했다.
의사 수급 부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수도권은 오히려 과잉 공급이 심화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주치의 제도 도입과 같은 강력한 의료제도 변화로 의사 공급 부족은 크게 완화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홍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는 가능한 비수도권에 국한해야 한다. 향후 과잉 공급 시 탄력적 조정을 반드시 고려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제공 체계와 지불보상 제도 변화가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화하고 같이 문제를 풀어가자”며 “우리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