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가 관절염 비수술 치료 시대를 열었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코오롱생명과학은 “11월 6일 제품이 첫 출시된 후 한 달 만에 인보사케이 시술 100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시술을 진행한 병원은 40곳 이상이며, 연내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추가적인 시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보사케이는 항염증 작용을 나타내는 ‘TGF-β1(염증억제, 상처 치유 등에 작용하는 단백질의 일종)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연골유래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하는 유전자치료제다. 인보사케이를 무릎 관절강 내에 단 1회 주사로 직접 투여하면 2년 이상의 통증 및 기능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7월 국내 허가를 받은 인보사케이는 3개월 이상 약물 및 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Kellgren &Lawrence grade 3)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인보사는 2007년 임상 1상, 2015년 임상 3상 등 총 4건의 임상을 통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통증완화와 관절기능 개선 효과도 입증됐다”며 “그동안 인보사의 출시를 기다려왔던 많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료제 없는 골관절염 환자에 희망”
인보사케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제한적인 관절염 치료법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다가 더 이상 효과가 없으면, 수술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 인보사케이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 사이 중간 역할을 할 치료제가 없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수술이 아닌 비수술적 치료로 관절염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는 소식에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제품 출시 전부터 병원에 인보사케이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출시 이전부터 전국 병원에 골관절염 환자들의 제품 문의가 지속됐으며 100여건 이상의 예약환자가 집계됐다”고 당시의 설명했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병원에 상담을 요청하거나 시술을 문의 하는 환자 수가 상당하다. 시판 후 한 달 만에 투약건수가 100건을 넘어섰다.
시장의 수요가 예측보다 높아 개원가에 이어 종합병원 안착도 서두르고 있다. 종합병원의 경우 약물위원회 통과 건수가 15건이 넘었으며, 내년 상반기 종합병원 약물위원회가 순차적으로 완료되면 500곳이 넘는 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주사 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으며, 1회 주사로 효과가 2년 이상 지속되니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었다는 평가다.
입원이 필요한 수술과 달리 주사 후 일정 시간만 안정을 취하면 회복이 가능하기에 외국인 환자까지 국내 의료기관을 찾고 있다. 물론 중증의 경우 필요에 따라 의료진이 입원을 권유 하기도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인보사케이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월 식약처로부터 인보사케이의 적응증 추가를 위한 임상 3상 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기존 투약 대상은 골관절염이 악화돼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하는 ‘grade4’ 전 단계였다. 하지만 이번 추가 임상을 통해 ‘grade2’인 경증환자까지 치료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임상시험은 총 17개 기관에서 146명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2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2017년이 인보사 론칭을 통해 국내 골관절염 치료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는 시작점이었다면, 2018년은 국내 시장은 물론 동남아 및 글로벌 시장에서 골관절염 치료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보사케이, 국내 유전자치료제 시장 첫 걸음 뗐다”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상무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가 지난 11월 6일 출시됐다. 코오롱생명 과학의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판 전부터 예약 문의가 릴레이처럼 이어졌으며, 제품 출시 한 달도 안 돼서 시술 100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인보사케이의 개발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시장 안착에 성공한 인보사케이 개발 과정을 코오롱생명과학 김수정 상무에게 들어봤다.
Q. ‘인보사케이’는 어떤 약인가
인보사케이는 무릎 관절강에 직접 1회 주사해 2년 이상의 통증 및 기능개선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전자치료제다. 3개월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을 받더라도 증상이 지속되는 중등도 무릎 골관절염(KL grade 3) 환자에게 투여하면 된다.
Q. 기존 치료제와 차이점이 무엇인가
사실 퇴행성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는 별다른 치료제가 없다. 히알루론산 연골주사를 맞거나 통증 완화를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게 전부다. 약물치료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수술을 받는다. 인보사 케이는 약물치료로 증상 개선이 없지만 수술까진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들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치료옵션이다. 수술이나 마취 없이 주사만 하면 되는 비수술적 치료인 셈이다.
Q. 약물 개발 과정과 작용기전이 궁금
인보사는 연골 체세포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결합한 것이다. 다지증 손가락 환자로부터 채취한 관절 ·연골세포의 수를 세포배양법으로 증가시키고, 일부 연골 세포의 유전자에는 레트로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해 연골 세포성장인자인 변환성장인자-베타1(TGF-β1) 유전자를 넣어 방사선 처리했다. TGF-β1이 포함된 형질전환 연골세포와 정상 연골세포를 각각 냉동보관한 후 혼합해 치료제로 만들었다.
환자에게 인보사를 주사하면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TGF-β1을 분비한다. 이 물질이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M2대식세포를 분화시켜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즉, 연골 항상계 균형을 맞춰 골관절염 진행 기전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조직 손상을 막을 수 있으며, 손상된 조직은 회복될 수 있다.
Q. 인보사 케이 효능 및 반응률은 어떠한가
무릎관절염 중기 후반의 중등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12개월간 효능을 비교한 임상 3상을 실시한 결과, 위약 투여군에 비해 인보사케이 투여군이 84%의 치료반응을 보였다. 인보사를 주사한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에서 염증 및 통증이 개선됐으며, 관절염 진행이 늦춰지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통증지수(VAS) 감소폭도 위약 투여군에 비해 높았으며, 퇴행성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물질의 혈중농도도 감소했다.
Q. 인보사 개발에 든 시간과 투자비용이 상당할 것 같다
어마어마한 시간과 자본이 투자됐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고교 동창인 이관희 인하대 교수로부터 염증을 억제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단백질 성분 ‘TGF-β’를 소개받으면서부터 인보사 개발의 역사가 시작됐다. 1998년부터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19년이 걸렸고, 1100억 원 이상이 신약 개발에 투자됐다.
Q.개발과정에 어려움이 없었는지
매 단계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0년부터 합류해 앞선 일은 전해 들었는데, 인보사 개발 초기 연구 환경이 무척 열악했다고 한다. 인하대병원의 공간 하나를 연구실로 만들어 연구원 몇 명이 앉아서 실험을 했다. 실험 하나 하려면 장비를 빌리러 다니느라 정신없었고, 동물실험실이 없어 인하대 동물실험실을 빌려 쓰곤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코오롱생명과학으로 회사 규모가 커져 투자도 많이 받고, 동물실험실도 보유하고 있지만 말이다.
임상시험 과정도 쉽지 않았다. 환자 규모가 작은 1상을 할 때, 연구원이 세포를 배달하러 병원에 직접 갔다. 교수님의 수술 스케줄이 오전 7시로 잡히면 세포를 전달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출근해 병원으로 달려갔다는 전설적인 일화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상까지 진행하니, 허가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가를 위해선 임상뿐만 아니라 생산시설도 갖춰야 했다. 지금까지 해외 ‘바이오의약품위탁생산(CMO)’에서 의약품을 생산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신약 허가를 받으려면 반드시 이곳에 생산 시설을 갖고 있어야 했다. 이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의약품만 판매하되 생산은 몽땅 외국에서 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로 보인다. 그런데 생산을 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시설은 기본이고, 생산 방법을 아는 전문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모든 일을 짧은 기간 소화 해내느라 너무 힘들었다.
Q. 향후 계획은
인보사케이 적응증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중증 외에 경증 골관절염 환자도 투약할 수 있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며, 무릎 위 팔목 등 다양한 부위로 투약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