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암(癌) 발생 인공 유방보형물 사태 '설상가상'
10년전 제기된 우려 현실화···보건당국 발 빠른 대응 불구 환자들 소송 등 분노
2019.10.23 06:05 댓글쓰기

금년 7월, 미국 FDA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대체 요약 보고(The Alternative Summary Reporting, ASR) 데이터 총 570만 건 가량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안전성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방보형물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 ALCL)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생 확률이 낮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기존의 견해와 달리 약 한 달 후인 8월 국내에서 첫 사례가 보고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보고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환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한국엘러간 김지현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다른 인체 이식 의료기기 부작용 사태로 불거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주]

 

식약처와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최근 “국내에서 BIA-ALCL 환자가 처음 보고됐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엘러간社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이다.

유방 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면역체계와 관련된 희귀 암의 한 종류로 유방암과는 별개 질환이다. 의심 증상으로는 장액종으로 인한 유방 크기 변화,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나 피부 발진 등이 있다.

유방보형물 문제인식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FDA에 따르면 자체 데이터베이스 부작용 보고 570만 건 가운데 유방보형물 손상이나 식염수 유출 등이 50만 건에 달했다.

엘러간, 멘토, 시엔트라사 등이 올해 신고한 사고만 6600여 건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보고된 의료기기 이상사례(7336건)가운데 인공유방이 75%(5502건)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와 프랑스는 해당 환자 중 상당수가 某회사 유방보형물과 연관돼 있다고 판단, 제품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일본 또한 허가사항에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본래 유방보형물은 성질상 손상 여부를 자주 확인해야 하며 오랜 기간이 지나면 교체하는 것이 좋다. 주의로 인한 파열이나 내용물 누수도 이상 사례로 기록된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그 건수가 많아도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최근의 문제는 이에 더해 암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某대학병원 성형외과 A교수는 “유방보형물의 암 유발 가능성은 이미 1990년대 후반에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극히 드문 사례였기 때문에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많게는 3500건 중 1개 비율로 발생한다는 연구결과 등이 발표되면서 문제점이 인식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520곳 의료기관 대상 환자현황 요청

이에 식약처는 안전대책으로 ▲신속한 환자 파악 ▲안전성 정보 제공 ▲전담사이트 및 콜센터 운영 ▲부작용 환자 추적 관리 ▲보상방안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의료기관을 통해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이 사용된 환자 현황을 제출토록 하고, 폐업 의료기관의 경우 보건소 협조로 이식환자를 파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적관리시스템에 등록된 520개 의료기관 등으로 하여금 환자 사용현황을 제출하도록 했다.

의료기관에 우선적으로 파악된 대상환자는 개별 통보하고 그 결과를 증빙자료와 함께 식약처에 매주 보고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측은 “BIA-ALCL 의심환자를 별도 등록해 부작용 환자 추적관리를 시작했다”며 “추가적으로 건강보험청구자료 등을 이용해 유방보형물을 이용한 재건환자 부작용을 조사하고, 내년부터는 의료기관 및 제조·수입업체와 함께 전체 유방보형물 이식환자 BIA-ALCL 외의 부작용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러간 역시 수술비, 치료비 등 보상대책을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식약처는 “현재 유통이력 중심의 추적관리제도를 이식환자 중심으로 개선하고 의료기기 피해에 대한 원활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보상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제조·수입업체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등이 포함된 피해보상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성형외과학회는 “갑작스러운 유방 모양의 변화나 덩어리, 피부 발진 등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 의료 기관을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또 “미국, EU 등 선진국에서도 BIA-ALCL 발생 위험이 낮고, 제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할 때 증상이 없는 환자가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있다”고 당부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음에도 지나친 우려로 과잉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당부로 보인다. 이처럼 비교적 체계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암 수술 후 재건 이외에도 다양한 미용적 이유로 사용하는 유방보형물은 친숙한 품목이었던 만큼 중대한 부작용에 따른 두려움이 큰 것이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커뮤니티 상에는 ‘엘러간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가 개설된 상황이다. 현재 4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법무법인 링컨로펌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엘러간 본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온라인상의 성형 혹은 환자 커뮤니티에는 집단소송을 돕겠다는 법무법인이 출현하고 있으며 환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성형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엘러간 사태 이후 두려움에 의무기록을 봐도 수술받은 제품이 뭔지 나와 있지 않아 병원에 직접 연락을 해야 했다”며 “간호부에 전화가 폭주해 연락이 어려웠지만 다행히 해당 제품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국내에 정확히 몇 개의 제품이 유통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 따르면 대략 3만여 개의 제품이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에서는 10만 개가 넘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한국엘러간이 인공유방보형물 모니터링에서 3개 제품을 누락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식약처가 한국엘러간이 제출한 회수종료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거친 표면 실리콘막 인공유방 3개 모델(내트렐 168·내트렐 363·내트렐 468)을 이식한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에 지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수입돼 유통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엘러간이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으며 이후 유통되지 않아 현재 회수할 물량은 없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언론 및 환자들도 비판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某 성형외과의원 원장은 “수술받은, 혹은 수술 예정인 환자들의 제품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 해당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해도 믿지 않는 모습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희소한 부작용에 비해 식약처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에 발생한 환자가 없다고 했다가 최초로 보고되는 등 새로운 의혹이 계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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