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첫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향후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사업 대상자의 부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투자활성화 기대 사례로 지목한 바 있는 청와대 역시 신뢰성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추진했던 투자개방형 의료기관이 의료영리화 논란과 맥(脈)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실패 사례는 앞으로 의료산업화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 불승인을 공식 천명했다. 지난 2013년 제주도가 싼얼병원의 모기업 (주)CSC와 양해각서를 체결한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 양해각서 체결 이후 정부는 국내 첫 투자개방형 의료기관 설립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거들었다.
정부의 이 같은 행보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의료산업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복지부는 지난 2009년 제주도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조건부 수용 방침을 정했다.
제주도가 진정한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하고 동북아 관광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의료분야에 대한 개방된 투자가 요구된다는게 이유였다.
이어 2012년 5월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 설립허가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의료산업화의 청사진 작업도 마무리 했다.
하지만 미국 존스홉킨스나 하버드병원 등 외국 일류병원 유치에 번번히 실패하면서 결실이 간절했던 주무부처로서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투자활성화 정책을 주문했고, 싼얼병원의 제주도 투자 발표 시점과 맞물리면서 기대감 속에 첫 영리병원 도입 사업이 추진됐다.
물론 복지부는 지난해 (주)CSC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중 줄기세포 분야에 난색을 표하며 한 차례 반려한 바 있다.
첫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에 대한 복지부의 관리‧감독은 여기까지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언론을 통해 CSC의 부도설을 처음 접했고, 싼얼병원의 자격 논란을 제기한 것도 언론이었다.
더욱이 청와대는 CSC의 자격 논란이 한창 불거지고 있을 당시인 지난 8월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싼얼병원을 기대 사례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원로는 “결국 정부 스스로 ‘의료산업화’란 덫에 걸려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며 “설립 단계까지 가지 않은 것으로 위안 삼아야 하는게 대한민국 행정의 현주소”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어 “싼얼병원 사태는 향후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제대로 추진해 보지도 못한 상황에서 신뢰성만 훼손 시켰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보건의료 분야 투자활성화 대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싼얼병원 사태와 투자활성화 대책은 별개의 문제라며 정책 추진에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행가능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투자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싼얼병원 사태를 의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