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그동안 수년간 이어지던 치매 신약 개발 실패로 인해 치매 신약 개발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회의론이 강해지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무엇보다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역할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9월 발표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 임상시험 성공 소식은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는 반가운 계기가 됐다.
특히 이번 달 초 발표된 일라이 릴리 ‘도나네맙’의 연이은 임상 성공 소식은 치매 치료 분야에서 많은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신약들의 임상 성공 의미와 해결해야 할 문제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이번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레카네맙·도나네맙 3상 임상 성공, 증상 진행 억제서 '질환 경과 조절' 가능성 제시
레카네맙과 도나네맙이 보여준 3상 임상 연구 성공은 그동안 증상의 진행 억제에 머물던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있어서 '질환 경과'를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특히 명확한 약물 치료가 없었던 치매 전(前)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에게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약물 치료가 개발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경우 이러한 약제들이 임상에서 보여준 결과들이 아직 진료 현장에서 큰 의미를 두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퇴행성 뇌질환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과 함께 그동안 이어지던 실패 흐름을 끊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평(評)이 우세하다.
물론 치료 이후 발생하는 뇌(腦) 부종과 출혈이 동반될 수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에 대한 우려와 함께 2만6500달러(약 3400만원)로 책정된 레카네맙의 고가 약값은 임상 현장에서 활발한 사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MRI에서 ARIA가 발견되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증상이 없다는 점에서는 ARIA를 확인할 필요성은 있으나 치매 치료 중요성을 고려할 때 투약 치료를 주저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치매 전문가들 의견이다.
"고가 약값, 시장 확대에 새로운 신약 계속 출시되면 가격 낮아질 전망"
또한 고가의 약값도 시장이 확대되고 새로운 신약들이 나올수록 점차 낮아질 것이며, 이는 AIDS 치료제나 표적 항암치료제 개발 과정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치매 신약 개발 이후 치매 치료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가 준비해 나가야 할 사항도 고민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의료진과 병원 시스템, 많은 환자 확보가 가능한 진료 여건 등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신약 개발 과정에서 우리나라 의료진과 환자들이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의료 시장과 까다로운 약가 산정 과정 등으로 인해 신약 보급이나 임상 연구 이후 지원에서는 소외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신약 치료 대상군 확보 의료전달체계·초거대 생산공장 등 우리나라 장점 활용 필요"
하지만 이번 치매 신약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이번 치매 신약 치료를 위해서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확인하기 위한 아밀로이드 PET이나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하며 치료 이후에는 ARIA를 확인하기 위한 연속적인 MRI 검사가 필요하다.
이러한 검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환자가 감당할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또한 치료 대상군 확보를 위한 의료전달체계도 치매 전문가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의료기관과 전국적으로 설치돼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충분히 확보돼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의료환경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실정이다.
레카네맙이나 도나네맙의 경우 3상 임상의 성공이 의료 현장에서 원활한 사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에 대한 자료가 필요하며,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이를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항체치료제의 경우 대량 생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치매 환자 수를 고려하면 충분한 물량 확보도 이들 제약사들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 여러 제약사의 생산 공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치매 신약 성공 소식은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코로나 백신 개발 초기 여러 가지 문제로 우리나라가 주춤한 사이에 재빠르게 움직임을 보인 이스라엘의 경우 백신 혜택을 가장 우선 받으면서 사회 전체가 코로나 후유증에서도 가장 빨리 벗어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이번 치매 신약 개발 이후에는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치매 신약 개발 성공의 성과를 우리나라 치매 환자와 전문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할 수 있도록 진지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