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의약품 가격 최혜국 대우 및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을 내세우며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통상압박 대응 및 환자 치료 접근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제약업계에서는 위험분담제(RSA) 환급형 확대 및 이중약가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정책 대응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재정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계 "환급형 RSA 확대,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항암제 등은 가격은 높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약제는 정부 입장에서 보험 등재가 부담된다. 이때 제약사가 일정 부분 재정 위험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급여 적용 등 허용하는 방식을 RSA라고 한다. 

현재 한국은 환급형 RSA는 국내 혁신형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 신약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해외 수출을 전제로 개발된 비혁신형 기업 신약이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된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까지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희성 대웅제약 대외협력팀 실장은 “중국, 동남아 등이 한국 약가가 기준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환급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올해 3월 개정으로 환급형 제도의 만성질환 확대 기반이 마련된 만큼 제도적 유연성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등재 시 환급형을 활용하면 고표시가 유지를 통해 해외 원개발사의 약가 참조 우려를 완화할 수 있고, 환자에게는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다만 정부 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디지털 기반 시스템 등 효율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환급형 RSA 계약을 통해 실제로는 낮은 가격(환급액 반영 후)을 받더라도, 표면상 높은 약가를 유지할 수 있다. 

환급 없이 표시가 자체가 낮아지면, 한국 신약 가격이 글로벌 가격 인하 압박의 기준이 된다. 

때문에 환급형 RSA를 확대해 표시가는 높게 유지하고, 실거래가는 환급을 통해 조정하면 해외 수출용 약가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강 실장은 “환급형 약가제도는 환자에게 치료 접근성을, 정부에는 재정 효율성을, 제약사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제공하는 ‘일석삼조’의 제도”라며 “대외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에 맞춘 제도적 유연성과 운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건보공단 "환급형 제도 확대 긍정, 체계적 검토 선행"

제약계와 정부는 ‘RSA 환급형 확대 및 이중약가제 도입’이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실장은 “한국은 약가 공개 제도가 지나치게 투명해 제약사들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면이 있다”면서 “대외 환경 변화에 맞춰 RSA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SA나 이중약가제 등 제도 개선책을 정부가 좀 더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정부가 제도 유연성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재정 안정성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제도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김형민 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부장도 “대내외 통상변화, 미국 의약품 가격 최혜국 대우약가 정책, 고율 관세 등은 국내 의약품 수출, 신약 도입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급형 유형은 표시가와 실제가를 구분해 글로벌 가격을 유지하면서 국내 시장과 수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환급형 유형 확대 시 대상 약제 선정 기준, 접근성 우선순위, 해외 사례 비교 등 전반적 평가와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며 “재정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체계적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험분담제는 중증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해 온 만큼, 향후 개선과 확대 역시 환자 중심의 접근성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