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만진료를 포기하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북부 유명 여성병원도 분만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분만 인프라에 진료를 포기하는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서울 서북부지역 산모들의 출산을 담당해 온 제이여성병원이 지난 7월말로 분만진료를 중단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현재 산과 진료를 중단키로 해 부인과 외래 진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5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원한 제이여성병원은 30병상 규모로 산과, 부인과 전문의와 함께 소아과, 마취과 전문의 등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며 지역 산모들의 출산을 책임져 왔다.
특히 유방, 갑상선 질환과 임신 중 심해질 수 있는 하지정맥류를 진료하기 위한 여성외과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여성들의 건강을 위한 병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와 산후조리원 운영도 중단
하지만 이달부터 분만 관련 진료를 모두 종료하면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는 물론 15실 규모 산후조리원 운영도 중단했다.
갑작스런 진료 중단 소식에 지역 주민들도 충격에 빠졌다.
한 네티즌은 "오래전부터 병원을 다닌 입장에서 이제 어딜 가야할지 당황스럽다. 많지도 않은 과인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최근 저출생 여파와 의사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분만진료를 포기하는 병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경남 창원시에서 25년간 산모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예인여성병원이 폐업했다.
예인여성병원은 1999년 지역 최초로 세워진 여성병원으로 '여성의 건강, 아름다움을 지키는 병원'이라는 슬로건 임신분만센터, 여성질환센터, 소아청소년센터 등을 운영해 왔다.
오랜기간 산모들의 사랑을 받으며 지역 대표 산부인과로 자리매김했지만 열악해지는 진료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시기 경기도 성남시에서도 유명 산부인과인 곽여성병원(곽생로산부인과)이 폐업해 충격은 안겼다.
곽여성병원은 1981년 개원 이래 43년간 산모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병원으로 2018년에는 단과병원 중 분만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출산 여파로 분만 진료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이 밖에 지난해 9월에는 광주 복구 대형 산부인과인 문화여성병원이 출산율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병원은 모두 정형외과 등 타 진료과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문화여서병원과 같은 시기 문을 닫은 울산시 남구 프라우메디병원은 정비를 거친 후 지난 5월 정형외과로 탈바꿈했다.
병원은 '더 프라우병원'이라는 새 이름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 수부외과 내과, 영상의학과를 주축으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초 분만진료를 중단한 정관일신기독병원도 현재 척추·관절질환 진료를 강화하며 정형외과로 변모했고, 같은 재단 산하에 있는 화명일신기독병원도 6월부터 분만진료를 중단하고 방향성을 수립하고 있다.
분만 인프라 위기는 분만 사고로 인한 위험 부담을 고스란히 의사가 감당해야 하는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보건복지부 '모자의료 지원사업의 전문인력 운영 및 제도적 지원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젊은 산부인과 의사 110명(4년차 전공의 82명·전임의 28명) 중 47%는 분만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이유로 79%는 '분만 관련 의료사고 발생을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 차원에서 2600억원을 투입해 분만 수가 인상 등 대책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분만진료를 포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갈수록 심화하는 저출생 문제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 0.72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출산율은 0.68명까지 주저앉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