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이용 승인을 두고 시각차가 크다. 건강모델 개발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보험업계와 달리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의료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 영리화와 함께 악용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전문가가 참여한 공공데이터 심의위원회에서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승인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9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삼성생명·한화생명·KB생명·삼성화재·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6개 보험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공공의료데이터 이용을 위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심평원은 과거 민간보험사에 공공데이터를 제공한 바 있었지만 지난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자정보를 제공해 수익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고 중단한 바 있다.
약 4년 만에 이뤄진 이번 승인에 따라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심평원 공공의료데이터를 6개 보험사는 연구목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사전 허가 받은 연구자는 심평원 폐쇄망에 접속, 데이터 분석 후 그 결과 값만 통계 형태로 반출할 수 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건강모델 개발시 우리나라와 동떨어진 호주 등 해외자료를 이용해야 했다. 이번 승인으로 상품 개발, 건강관리 서비스의 고도화, 고령자·유병력자 보험료 인하 등이 기대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에 보장되지 않았거나 보장시에도 보험료가 높았던 질환 등에 대한 정교한 위험분석을 통해 그 범위를 확대하고 보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의료계는 정당성 및 법적근거 미흡 등을 이유로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먼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건강보험 강화가 아닌 민간보험 활성화에 앞장서는 정부 행태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공공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은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고 정당성과 법적 근거도 미흡하다”며 “국민건강보험법에는 공단과 심평원 자료를 직무상 목적 외 용도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때문에 민간보험시장이 형성된 만큼 건강보험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를 공익목적이 아닌 민간기업 영리행위를 위해 개인 동의 없이 공개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민간보험 활성화와 의료영리화 추진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보험사들이 가능성이 낮은 질환에 대한 보험 가입을 권하고, 가능성 높은 질환에 대한 가입은 거부하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했다.
의협은 “불과 4년 전 심평원은 국민 동의 없이 공공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 지적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며 “이런 데이터는 보험사들이 역선택을 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심평원이 학술연구 등을 위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에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의협은 “심평원은 학술적 연구나 의료관련 단체의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유출 등을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면서 “갑자기 민간보험사에 방대한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한다고 하니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보험사 이용 승인 공공데이터는 비식별 처리 표본자료로 개인추적 및 특정이 불가능하다.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승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심평원은 표본자료에 대해 심평원은 보건의료 관련 학회 자문과 타당도 검증을 통해 구축했으며 2012년 이후 의학계 등에서 연구목적으로 널리 활용 제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표본자료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며 공용IRB 승인 후 사전 허가받은 연구자가 직접 내방해 폐쇄망 분석 후 결과값만 반출 가능한 상황이다.
심평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생명윤리법에 저촉되지 않음을 승인 연구에 대해서만 신청 가능하다”면서 “다방면의 전문가가 참여한 공공데이터 심의위원회에서 적법한 의사결정 절차에 따라 승인처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