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핵심 화두는 ‘병용요법’이었다.SGLT2 억제제와 기저 인슐린 요법에 어울리는 ‘짝’이 누구인지를 놓고 열띤 주장이 펼쳐졌다. 다만 SLGT2 억제제 병용요법 급여 확대를 놓고는 학계가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역설했다.
매칭은 달라도… SGLT2 병용요법 급여 확대는 필요
1라운드는 ‘SGLT2 억제제의 짝 찾기’였다. 올해 SGLT2 억제제가 미국당뇨병학회(ADA) 및 대한당뇨병학회 가이드라인 변경으로 당뇨 치료 주축으로 부상한 만큼 최적의 파트너를 찾는 일은 환자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서성환 동아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DPP4 억제제’를,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티아졸리딘디온’(TZD)을 SGLT2 억제제의 최적 파트너로 꼽았다.
서 교수는 "DPP4 억제제가 SGLT2 억제제와 글루카곤 조정 측면에서 상보적인 효과를 지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가 특히 동양인에게 효과가 더 좋게 나온다는 데이터가 확보됐다”며 “DPP4는 글루카곤과 인슐린 분비 모두에 작용해 TIR(time in rate) 등 혈당 변동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탄수화물 위주 식단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맞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두 약의 병용요법은 저혈당 걱정이 없고 심혈관계와 신장(콩팥) 측면에서 안전성을 갖고 있다”며 “최근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를 섞은 복합제가 많이 출시 중이다. 병용요법이 시너지가 크다는 사실을 시장이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TZD의 강력한 베타(β)세포 보호 기전을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대적으로 혈당 강하 효과가 떨어지는 SGLT2에 대한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TZD는 오랫동안 써온 약제지만 개인적으로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TZD는 혈당 강하 효과 및 감소된 혈당을 유지하는 지속성 측면에서 다른 경구제와 비교했을 때 강력한 편이다. SGLT2 억제제는 장기 보호 등 다른 장점이 많지만, 혈당 강하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TZD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TZD는 지방조직이 혈중 포도당을 저장토록 유도하는 까닭에 체중이 증가한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SGLT2 억제제는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를 지녀, 체중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오래된 약제이다 보니 신장에 대한 연구는 다소 부족하지만, 대신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등 간(肝) 보호에 효과적이라는 데이터가 나와 있다”고 부연했다.
SGLT2 옆자리를 놓고는 의견이 갈렸지만 ‘급여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교수 뜻이 합일했다. 병용요법이 모두 아직 비급여인 상황에서, 환자를 위해 급여화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SGLT2-DPP4 병용요법 중요성은 전일 당뇨병학회 보험-대관위원회 세션에서 조호찬 계명대 동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언급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강조됐다.
서 교수는 “SGLT2 억제제를 쓰다가 나중에 DPP4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병용요법을 쓰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가 나와 있다. 급여화는 병용요법을 처음부터 쓰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며 “무엇보다 환자가 약을 잘 챙겨 먹는 게 중요하다. 복합제를 쓰면 하루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 급여화 시 복합제 처방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강의 이후에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DPP4 억제제는 국내 제약사 제품들이 다수 출시돼 있어 점차 병용요법 급여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TZD는 주로 일본 제품이라 상대적으로 급여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TZD도 DPP4 억제제 못지않게 병용요법 급여화 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당국이 병용요법 급여 적용 확대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저인슐린 파트너, ‘신무기’ GLP1 RA 對 ‘비용 효과성’ SGLT2
2라운드는 ‘기저 인슐린’의 파트너 찾기였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GLP1 수용체 작용제(RA)’와 김신곤 고려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의 ‘SGLT2’가 맞붙었다.
임 교수는 “GLP1 RA는 특히 저혈당 위험에 대한 보호 효과가 크다. 기저 인슐린의 즉각적인 혈당 감소에 따른 저혈당 쇼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기저 인슐린 투여량 자체도 줄인다는 장점도 있다”며 최근 ADA는 가이드라인 변경을 GLP1 RA를 먼저 쓴 뒤 그래도 안되면 기저 인슐린을 추가하라고 권고했다. GLP1 RA 효용성이 학계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출격 대기 중인 ‘신무기’들이 GLP1 RA에 더 힘을 실어 줄 것”이라며 “최근 국내 허가를 받은 ‘오젬픽’(주사제 세마글루티드)과 ‘리벨서스’(경구제 세마글루티드), 향후 허가가 예상되는 GIP-GLP1 이중 RA ‘티르제파티드’ 등 신약들 효과가 매우 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향후 병용요법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교수는 비용효과성을 강조하면서 SGLT2 억제제의 손을 들었다. 환자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의료진이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이다.
김 교수는 “분명 GLP1 RA도 효과가 좋다. 하지만 한 달 투여 기준으로 볼 때 GLP1은 최대 10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SGLT2 억제제는 3만원대로 3배 이상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기저 인슐린을 사용할 정도라면 환자의 신장 등 장기 기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며 “SGLT2 억제제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심부전 및 만성신장병(CKD) 등 장기 보호 효과가 강력하다. 비용효과성뿐만 아니라 환자의 사망 위험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기저 인슐린의 최적의 파트너는 SGLT2 억제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