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 지난 8월 31일 ‘2023년 담배소송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흡연과 암 발병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사법부 인식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단은 ‘담배와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주제로 ‘고도흡연자 흡연경험 심층분석’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토론을 통해 흡연폐해 발생 원인과 책임 소재를 재차 확인했다.
건보공단, 2014년 533억 손해배상 소송 제기…1심 재판부 '기각'
공단은 지난 2014년 담배회사(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53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1월 1심 재판부는 “소송 대상자 개개인의 생활습관과 유전,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외에 다른 요인들로 발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공단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공단은 즉각 항소해 2023년 8월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고도흡연자 3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심층 면담하는 등 질적 연구를 수행했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소송 제기 당시 1조7000억원이었던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가 2021년 3조 5천억 원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기에 담배소송 1심 결과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흡연폐해 발생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릴 예정이며, 담배소송 승소와 효과적인 금연 정책 추진을 위한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전문가들 "담배와 암 인과관계 있다"
발제자인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강숙 회장은 ‘폐암, 후두암 환자의 흡연력 심층 추적’이라는 주제로 담배소송 1심 재판부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고도흡연자 중 일부 대상자들은 흡연과 폐암 등 질병 간 인과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흡연과 담배소송 대상 암종(폐암 중 소세포암·편평상피세포암,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은 특이성이 매우 높다고 인정되며,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정의로운 재판부가 필요할 때라고 압박했다.
또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김관욱 교수는 과거 흡연자들이 온전히 개인 자율적 선택에 의해 흡연을 시작하고 지속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면서 "이들의 암 발병에 대한 책임은 누가지는가" 라고 반문했다.
폐암 잠복기는 최대 30년이며, 과거 우리나라의 사회적 흡연 환경과 흡연자 진술을 토대로 봤을 때 담배 위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흡연자 폐암 발생 기여도가 소세포암은 97.8%, 편평상피세포암은 95.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면서 "담배소송 대상자들의 폐암 인과성을 부정해선 안된다"며 항소심 법원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공단은 향후 1심에서 제출된 증거가 담배소송 항소심에서 면밀히 검토되도록 재판부를 설득할 것이며, 그 외에도 담배회사 내부 연구문서 등 추가적인 증거를 찾기 위한 노력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아울러 관련 학회 및 전문가들과의 연대 및 다각적 홍보를 통해 흡연폐해 사실을 널리 알려, 흡연에 대한 국민과 재판부 인식을 전환시켜 담배소송 항소심의 승소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