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 얽매인 타비시술, 환자 선택권 상실"
배장환 충북대병원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
2023.01.16 06:10 댓글쓰기

심장을 열지 않고 판막을 치환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기존 80%였던 환자 본인부담율이 5%까지 낮아졌고, 3000만원을 웃돌던 시술비용도 150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관련 학회에서도 환자들 치료 혜택을 위해 타비시술 급여화에 노력해온 만큼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심장통합진료팀 운영 방침과 비현실적인 저수가로 여전히 많은 환자가 타비시술 선택에 제한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배장환 교수(대한심혈관중재학회 보험이사)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형식에 얽매인 제도 탓에 여전히 많은 환자가 타비시술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는 관문인 대동맥 판막이 좁아져 판막엽 여닫이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만큼 증상이 발생할 경우 기대 여명이 3년 미만이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1년 생존률이 50%에 불과할 정도로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처음 도입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엄격한 규제 아래 시행해오다 지난해 8월 조건부 선별급여 항목으로 등재되면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급여기준은 ▲80세 이상과 수술 고위험군은 본인부담 5% ▲수술연관 사망 예측률 4~8% 중간 위험도군은 본인부담 50% ▲수술사망 예측률 4% 미만인 저위험도군은 본인부담 80% 등이다.


배장환 교수는 "타비시술은 개흉술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임상결과를 보여주면서 개흉술 불가 환자의 차선책이 아닌 동등한 치료법으로 이미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응급 상황도 전문의 6인 만장일치 없인 시술 불가"
"비현실적 수가 개선 절실하고 중증심혈관시술 지원 강화 필요"
"타비시술 진행동안 혹시 모를 개흉술 대비 흉부외과 의사 대기 수가 전무"

그러나 배 교수는 "타비시술 급여화 이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타비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심장통합진료팀이 대면으로 만나 시술 가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심장통합진료팀에는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전문의 2인, 흉부외과 전문의 2인,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1인, 영상의학과 전문의 1인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이는 언뜻 이상적인 다학제 진료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환자나 보호자에게는 치료선택권이 전혀 없다는 게 배 교수 설명이다.

그는 "타비시술과 개흉술 결정은 오롯이 심장통합진료팀에 의한 것으로 환자나 보호자 의견은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모든 전문의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타비시술이 가능한 점도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른다.


배 교수는 "주치의 조차 치료법을 결정할 수 없고, 심장통진료팀 의사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비급여로도 불가하다"고 말했다.


특히 심부전이나 심인성 쇼크로 인공호흡기나 에크모를 삽입해야 하는 응급상황일지라도 만장일치 합의 없이는 타비시술을 진행할 수 없다.


그는 "완전합의체 결정이 어려운 상황이 다반사이지만 반대 의견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시술을 할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납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심장통합진료팀이 환자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타비시술 가능여부만 결정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타비시술이 개흉술 '차선책'이 아닌 새로운 표준치료로 평가받고 있는데도 수술 대신 적절한가 여부만 판단하는 후진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 교수는 "외국은 통합진료팀이 최적의 치료법을 찾는 전문가 협의체로 존재하고 환자나 보호자 결정을 존중토록 돼 있으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현실적인 수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타비시술이 급여권에 진입했더라도 모두 재료대에 대한 보상이며 시술행위는 48만원으로 근거없는 저수가를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심평원도 수술적 접근법과 비교해 시술시간은 72%, 업무량은 97%에 해당되는 것을 확인했으나 유사행위인 경피적 폐동맥판막삽입술 수가의 1/3도 안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 교수는 "타비시술을 하는 동안 흉부외과 전문의가 개흉술이 필요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수가도 전혀 책정이 안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비시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이 시술을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며 "환자 권리뿐만 아니라 의사 권리도 빼앗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타비시술뿐만 아니라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고 있는 모든 중증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심장통합진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수가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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