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중소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던 황모(37)씨는 2009년 11월께부터 손가락 저림과 오른쪽 어깨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목뼈원판장애' 진단을 받은 황씨는 2010년 2월5일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추간판 적출술과 인공디스크 삽입술을 받았다.
황씨에게 나타난 증세의 치료 성공률은 일반적으로 85%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황씨는 수술 직후 상체 통증 및 마비감, 하체 마비감을 호소했다. 증상은 점점 악화해 사지마비와 척수쇼크로 이어졌다. 결국 황씨는 노동 능력을 모두 상실한 채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황씨와 그의 가족은 수술상 과실로 사지마비 증세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며 병원과 집도의 김모씨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황씨가 애초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군 환자였다고 반박했다. 사전에 운동신경 마비 가능성 등을 충분히 설명했고, 황씨의 마비 증상은 일반적인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의 의견을 토대로 황씨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13부(임동규 부장판사)는 "피고들은 황씨에게 5억3천만원, 가족에게 2천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척추후만증과 척수병증을 동반한 추간판 탈출증을 앓는 황씨와 같은 환자에게는 인공디스크 삽입술이 적절치 못했다고 봤다.
애초 황씨의 증세에 적절한 처치가 이뤄졌다면 사지마비 증상이 영구적으로 발생할 확률은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더욱이 황씨의 치료를 위해서는 척수를 누르던 골극(뼈돌기)을 완전히 제거했어야 함에도 체내 수술 부위에 골극이 거의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등 병원 측의 과실이 있었다고 볼 근거도 추후 컴퓨터 단층촬영(CT)에서 발견됐다.
재판부는 "의사 김씨는 불법행위자로서, 피고 병원은 김씨의 사용자로서 의료상 과실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수술의 난도와 수술 부위의 특수성, 전부터 황씨가 앓던 척추후만증과 척수병증 등의 영향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 비율을 70%로 제한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