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국가가 면책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료계 요구에 대해 정부 실무부서에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의료사고 때문에 발생한 분쟁을 다루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이미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례법 논의에 앞서 이미 시행 중인 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미라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단순하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선 지난 14일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필수 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무과실 의료 사고의 경우 형사처벌을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3년마다 필수의료 실태조사 실시, 종사자 양성 및 전공의 수련비용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의 개선안이 포함됐다.
국가가 피해자 보상 비용을 지원해 의료진 부담을 줄이는 내용도 담겼다. 의료사고 피해자는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고 의료사고 위험이 큰 진료과에 종사하는 의료인도 안정적인 진료 환경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에선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것이며 시의적절한 법안”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필수의료 진료과 분리, 분쟁조정제도 활성화 선행"
반면 시민단체는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처벌을 한다는 게 아닌 사전에 부담감을 안고 예방하는 목적이 훨씬 크다. 의사들이 책임보다는 국가 재정에 일방적으로 부담지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정부는 현재 의료사고 부담 경감을 위한 관련 법·제도·보상을 논의 중이다.
지난 6월 15일 제11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선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관련 법·제도·보상 등의 논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지난달에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재원을 정부가 100%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 법안은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분담시키고 있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장재원의 분담 관련 규정을 삭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국가 70%, 의료기관 30%였던 재원 부담을 국가가 100% 담당하게 됐다.
정부는 의료사고와 관련해서 의료분쟁 조정 및 중재 제도를 활성화, 의사와 환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료인 면죄부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 의료사고와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는 분리해서 살필 방침이다.
박미라 과장은 “현재 의료사고 분쟁 조정을 위한 체계는 마련돼 있다. 그 체계를 조금 더 활성화해 의료사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의료인도 함께 제도 안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사고 부담으로 인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짧은 진료시간으로 인해 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는 현실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