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전라남도 순천·곡성)의 일명 ‘국립의대 설치법’이 발의돼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19일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국립보건의료대학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의 신호탄을 쐈다.
해당 제정안은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설치, 학생은 10년 동안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복무할 것을 조건으로 국가 지원을 받으며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출된 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국립보건의료대학 설치를 위한 법적 토대 마련에 이 의원을 포함해 무려 49명의 여당 의원들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현재 새누리당 국회 의석수가 157개인 것을 고려하면, 여당 의원 중 30% 이상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이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가거도 해경헬기 추락사고를 언급하며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제기, 당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주문하며 간접적으로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공동발의자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보건의료 분야 정책을 책임지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은 김정록·김현숙·박윤옥·이종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은 신성범(여당 간사)·박창식·유재중·이상일 의원 등 각각 4명씩이다.
예산 편성 권한을 쥐고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이 의원 본인을 포함해 김도읍·김성찬·김성태·김태원·노철래·안효대·이종진(복지위)·이현재·함진규 등 총 10명이 힘을 실었다.
이정현 의원의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에 많은 여당 의원들이 힘을 보태는 것은 의과대학 설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의원이 가진 정치성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여당 불모지인 광주 전남지역에서 1988년 이후 당선된 첫 의원이다. 여당에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이고, 박근혜 정부에는 대표적 기조였던 ‘대통합’을, 정치적으로는 뿌리 깊은 지역주의를 타파한 인물이다.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선거 당시 여당 지도부는 공약 실현을 위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고, 이를 위한 디딤돌로 이 의원을 예결특위로 배치했다. 내년 총선이 있는 만큼 이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이라는 충분한 명분도 한몫했다.
공공의료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해 의료취약지 등은 불평등한 의료 접근성을 감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결과 발표를 통해 2024년부터 의사 인력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2030년에는 4267명~99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정현 의원이 넘어야 할 세 가지 고개
그렇다고 탄탄대로는 아니다. 무엇보다 예산 편성과 의료계의 반대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국립보건의료대학이 설립된다해도 지역구에 유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선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 결과, 이 의원의 제정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총 3278억1300만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에서 추진을 원하더라도 예산 편성 권한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제정안 실현화에 공감하지 못하면 모든 노력이 공염불이 된다.
이 의원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실행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정적 효율을 위해서는 기존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낫다는 안이 설득력을 얻기도 해 만만찮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 예산안에 없던 사업이 신설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예산의 규모가 큰 경우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 의원은 관련 부처와 기획재정부에 제정안의 목적 등을 충분히 전하고, 그럼에도 여유치 않으면 청와대를 찾아 직접 설득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왕의 남자'로 불리는 그의 면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계 역시 이 의원이 극복해야 할 상대다.
대한의사협회는 그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의사가 배출까지 최소 20년 이상이 소요돼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예산만 낭비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기존 의사인력을 활용한 인력 확충,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계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안하며 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저수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저수가에서 의료기관 운영을 위해서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으로 의료기관들이 집중 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더불어 이들은 이 의원의 행보를 "공공의료인력 양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감춰진 자신의 치적 쌓기 욕심”이라고 치부해 향후 날선 대립을 예고했다.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지역구에 설치하기 위한 논리 조직도 필요한 작업이다.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전남 지역에 의과대학이 없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만으로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전남 지역에 설치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공공의료기관의 맏형격인 국립중앙의료원은 2017년 서초구 원지동 이전을 앞두고 교육 기능 강화를 내걸고 공공의료인력에 대한 아카데미 설립을 예고했다.
아직 그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 역시 원지동 이전과 관련해 서울시와 MOU 체결 시 교육 기능 강화를 유독 강조한 바 있다.
현재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인력 수급 과련 연구 용역 결과를 기다리며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현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