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엑스레이(X-ray) 장비 사용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부담감을 호소했다. 사용에 관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6일 복지부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복지부 입장에선 판례 내용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데 관련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아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합법은 아니지만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찍어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고 엑스레이 사용 시 과태료 처분 등은 대상이 된다. 과태료는 200~300만원 수준이다.
그는 “판례가 나왔기 때문에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해도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데 복지부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기준 없이 찍은 엑스레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결국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재 고민중인 사안으로 기준을 언제까지 발표하겠다는 세부 일정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17일 엑스레이 방식 골밀도 측정기를 환자 진료에 사용해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의사에게 1심 판결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판결은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최종 확정됐다.
이후 대한한의사협회는 임원들을 필두로 한의원 X-ray 설치·사용을 공식 선언했다. 소송에 휘말린다면 정당한 판결을 받아내겠다고 선언하는 등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법리적 판단 넘어 이제 행정 영역…인정기준 등 마련돼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는 “이번에 발표된 판례가 항소심이라 더욱 부담이 크다. 차라리 대법원 판결이면 이견 없이 참고해 판단할 수 있는데 항소심 판결이기에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의료자원정책과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판결을 언급했다. 법원은 지난 2011년에 기본적으로 한의사는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지만 2022년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을 인정하면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폭넓게 해석하는 판단이 나왔다.
이후 발표된 것이 이번 수원지법 항소심 판결인데 2022년 판례 영향을 받아 의료기기 사용을 넓게 봤다. 다만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허용해준 것이라기보다는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해석이다.
의료자원정책과는 “이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중으로 이제 행정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면서 “복지부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를 포함할 것인지 여부다. 하지만 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직역 간 이해관계 대립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료자원정책과는 “너무 입장이 첨예한 사안으로 언제까지 결론을 내겠다 말하기 어렵다”면서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중으로 실무선에서 가르마를 타는 단계”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현재 한의대에 방사선에 관련한 커리큘럼이 있는지, 어느 수준까지 학습하는지, 국시원 국시 전공 시험에 문제가 어떻게 출제가 되는지 등 다각도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자원정책과는 “초음파가 제도화 된다면 판례에서 언급한 골밀도, 방사선 조사량이 10밀리암페어(mA) 등이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급여 여부는 추후적 문제로 우선 제도권 안으로 도입된다면 급여, 비급여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