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부상한 비대면진료는 이제 한국 의료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가 됐다. 특히 비대면진료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제도화를 위한 논의에도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정확한 진단과 처방 안전성, 의료 남용 및 책임 소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비대면진료는 지난해 의정갈등 사태로 범위가 재진환자에서 초진환자로 전면 허용됐지만 약 배송은 불가능해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부족하다. 데일리메디는 국내 비대면진료 시장을 선도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이끌고 있는 닥터나우 정진웅 대표[사진]를 만나 비대면진료 현재와 미래, 그리고 제도화 과정에서 업계가 직면한 도전과 해결 방안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닥터나우 이용자 수와 이용 건수는
현재 누적 회원 가입자는 약 300만명에 달하며, 제휴 의료기관은 3500여 곳이다. 약국의 경우 제휴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닥터나우를 통해 처방약을 조제한 약국은 1만7100개소로, 이는 전체 약국의 70%에 해당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닥터나우를 통한 비대면진료 건수는 76만건을 기록했다. 또 건강 매거진 및 실시간 의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 웹사이트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현재 국내 헬스케어 분야 웹사이트 중 트래픽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용자 절반 이상이 6개월 내 다시 서비스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서비스 특성상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것과 달리 높은 재이용률과 재방문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매월 이용자 절반은 신규 사용자, 나머지 절반은 기존 사용자로, 닥터나우는 기존 고객을 유지하면서도 신규 고객을 꾸준히 유입시키는 건강한 성장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의료 접근성 향상·의료 자원 효율화 등 비대면진료 실효성 입증"
Q. 비대면진료가 국내 의료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의료 접근성에 대한 끊임없는 제고다. 의료 접근성은 도심 여부 혹은 물리적인 거리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 학업, 육아 등 일과 시간에 틈을 내기 어렵거나, 휴일, 야간시간에 병원이 문을 열지 않을 경우, 감염병 혹은 신체 물리적인 이슈 등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게 여의치 않은 경우 비대면진료는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인프라를 제공한다.
두 번째로 의료자원 효율화다. 전국 모든 의원급 의료기관이 진료시간 내내 환자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는 않는다. 분명 '유휴 시간'이 존재한다. 그때 의료진이 비대면진료를 활용한다면 의료기관에 가기 어려운 환자 니즈와 맞아떨어질 수 있다. 실제 닥터나우를 통해 비대면진료를 제공하는 의료인 대부분이 이렇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활용한다. 특히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병원이 문을 열지 않을 경우 응급실이라도 방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응급실 자원은 중증응급환자로 향하는 게 질적으로 옳다. 이에 경증이나 불안감에 응급실을 찾는 수요 등을 흡수하며 의료 자원을 효율화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약사 직능 역할 강화다. 현재 제도화 선상에서 비대면진료는 경계 없이 받을 수 있으나, 처방약 수령은 근거리에서 이뤄지는 비율이 높다. 아울러 비대면진료의 경우 다양한 병원에서 처방전이 유입되다 보니 다채로운 처방을 소화하고 조절할 수 있는 약사 역량과 권한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닥터나우를 통해 지역 내 약사 역할과 활로가 강화되고 고도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 개개인의 ‘건강권’이 강화된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효율적으로 의료자원을 활용하고, 테크 기업을 통해 건강정보를 습득하고 관리하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게 된다. 물론 모두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을 둘러싼 규제가 완화돼야 더 큰 임팩트를 이끌어낼 수 있다.
Q. 비대면진료 긍정 효과를 어떤 근거로 자신하나
비대면진료 자체 실효성은 이미 다수 환자·의약사 설문 결과에서 확인됐다. 제도·서비스 측면에서 일부 우려를 보완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발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수행 실적 평가 연구' 내용 중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 82.5%가 비대면진료 안전성이 대면진료와 비슷하다(50.1%)고 답했다. 전반적 의료서비스 질(質) 만족도 역시 94.9%가 '보통 이상'이라고 평가했고, 91.7%가 향후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 84.7%, 약사 67.0%도 비대면진료를 계속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주된 이유로 '효율적인 진료시간 관리'와 '대상 환자 확장 가능성'을 꼽았다.
다만 의사와 약사는 대면진료 대비 비대면진료 안전성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의사는 '청진 등이 제한돼 정확한 진단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약사는 '의사 처방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런데 청진이나 촉진이 필요한 경우는 대면진료로 연계해 해결할 수 있고, 의사 처방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 역시 책임소재와 진료 가이드라인 정비로 해소 가능하다고 본다.
Q. 업계 선두에서 부담감이 적잖을 것 같다. 동종 업체들 상황은 어떠한가
태동한지 얼마 안된 신생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규제나 대관적인 부분에서 카운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회사 규모를 떠나 어깨 무겁게 움직이는 게 사실이다. 비대면진료가 허용된 지도 6년 차에 접어들다 보니 저마다 생존 전략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지만 쉽지 않다. 닥터나우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업체별 미션이 달라지고 있지만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관련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하며 업계가 함께 성장해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점에 큰 공감대가 있기에 꾸준히 협력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는 생존한 서비스들 자체가 모두 귀한 동반자다. 좋은 경쟁자이자 시장을 함께 키운다는 일념 하에는 동지로서 오랜 시간 각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면진료 대체 아닌 보완재…환자 중심 의료체계 실효성 있게 구현"
Q.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사들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우려감은 여전하다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경증이나 관리질환 환자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보완재로 기능할 것이다. 당연히 응급상황이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대면진료에서 소화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경증 질환이더라도 '진료의 질'을 높이는 건 중요하다. 닥터나우는 의사가 비대면진료 환자 증상이나 기존 복약 이력, 기저질환 등을 환자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 및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의료현장과 꾸준히 협의하면서 세부적인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가고자 한다. 건설적인 방향에서 함께 논의하며 비대면진료가 의료업무를 더욱 효율화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 될 수 있다.
Q. 가장 아쉬운 부분이 '약 배송 규제'다. 완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는 한 약 배송은 당연히 허용될 것이다. 닥터나우 자체 조사결과 OECD 국가 중 약 배송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다수의 국민이 필요로 하고,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역시 약 배송 불가로 여러 고충을 경험하고 있기에 법·제도 완비 과정에서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4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 공론장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37.9%가 '비대면진료 서비스 질(質) 및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처방약 배송'을 꼽았고, 비대면진료 유경험자 90.6%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과정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으로 '처방약 및 처방 약국 찾기 어려움'을 지목했다.
또 2023년 8월 국회 유니콘팜·코리아스타트업포럼 조사에서 약사 85%, 의사 79%, 환자 76.5%가 약 배송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의료계와 환자 대부분이 비대면진료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약 배송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국민 니즈를 고려하면 당장 약 배송을 허용해도 이상할 게 없다. 시범사업 단계에서 약 배송을 시험 도입해 시행착오를 거치고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환자 중심 의료체계를 한층 더 실효성 있게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Q. 약 배송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만약 허용이 안 된다면 계획이 있나
일각에서 제기되는 약 배송에 대한 여러 우려는 모두 기술적으로 제도적으로 예방 또는 해결 가능하다. 배송 권역 설정, 배송 방식 제한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한시적 허용 기간 동안 닥터나우에서 수행한 약 배송만도 200만건에 달하는데 '약화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제도적으로 보완된다면 더 안전하게 이뤄질 것이다.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닥터나우 핵심 목표는 환자 '처방 약 수령 실패율'을 낮추는 것이다.
약 배송이 허용되지 않아도, 약국 처방약 재고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도화해 환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약국별 의약품 재고를 실시간 연동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통해 배송 없이도 환자 약 수령률을 상당히 높이고 있다. 물론 약 배송 규제가 풀린다면 훨씬 수월해지겠지만 현재 환경에서도 최적의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술만으로는 혁신 어려워…규제 장벽 낮추기 위해 정부와 국회 관심 필요"
Q. 닥터나우도 수익이 필요한 회사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구축하고 있나
아직도 비대면진료 인지 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수익화 보다는 의료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영역을 개척하고 비대면진료를 이용자 일상에 침투시키는 데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제도화 현황에 알맞게 현재는 약 배송이 어려우니 이용자가 처방약 방문 수령을 뺑뺑이 없이 최대한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에 모든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 고충(Pain point)는 명확한데, 이를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니 어려운 지점이 많은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공급자인 의약사가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이들 직역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향에서 모든 고민이 이뤄질 것이다. 환자와 의약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혜택이 있다. 환자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의사 의료행위와 약사 조제행위는 효율화하는 플라이휠을 만들고자 누구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부딪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익화는 추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다.
Q. 일본에 진출하게 된 배경과 전략은 무엇인가
일본 진출은 한국에서 성공했던 '비대면진료-약 배송' 인프라 모델을 합법화된 시장에 현지화해 국위선양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의료법·약사법 등 보건 관련 법체계가 상당히 비슷하지만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모두 허용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활발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시점에 일본 역시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했다. 다만 엔데믹 시점에 일본은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을 법제화해 전면 허용으로 나아간 반면, 한국은 전면 철회-축소한 부분에서 양국 격차가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됐다.
일본 진출은 한국에서는 안 되는걸, 일본에서는 시도해 볼 수 있다는 매력적인 부분과 한국에서 가장 임팩트 있었던 비대면 진료&약 배송 서비스 노하우와 기술력이 사장되지 않고 오히려 발휘할 수 있기에,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한국 기술력을 만방에 알리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이지만 모든 게 오픈돼 있고 합법화된 현지 문화적 특성을 주의 깊게 분석하며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발 빠른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단기, 중기, 장기 목표는
비대면진료는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닥터나우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은 비대면진료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있다. 기술 발전과 의료시스템 변화가 계속될 텐데, 그 흐름을 선도해 미래의료 모습에 한 발 앞서 나가고 싶다. 10년 전에는 간편결제 및 OCR, GPS 기반 배송, 전문 의약품 데이터 트리 등이 보편화되지 않아 비대면진료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병원급 의료기기를 가정에서 쉽게 사용하고, 연속혈당측정기나 비침습 혈당 측정 등 첨단 의료기술이 일상화될 전망이다. 또 비대면진료는 정부 의료마이데이터 활성화 정책과 결합돼 한층 고도화될 것이다. 닥터나우는 이 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서 발전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만으로는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 높은 규제 장벽이 허물어져야 한다. 어려운 일임을 알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에서 보다 힘써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닥터나우는 환자는 물론 의약사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불편함을 해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며 이해관계자와 함께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