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매질 당할 각오하고 의사 중에 아무도 못할 얘기를 한마디 하고 싶다. 의대생 중에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명예회장[사진]은 9일 의과대학 증원으로 불거진 의대생들 집단휴학 사태과 관련해 작심하고 발언했다.
그는 의대 증원 사태 초기 '전공의들의 사직 결정을 존경한다'는 칼럼을 쓴 탓에 정부로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을 교사·방조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휴학 중인 의대생 중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복학을 원하는 이들이 있지만 수업을 거부 중인 선배나 동기들의 눈치가 보여 복학을 주저하는 사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세라 명예회장은 "전공의 때부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헌법소원에 나섰다"며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당시 만들어진 툴과 룰에서 의사들은 항상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에 의해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개탄스러웠다"며 "그랬던 내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의견을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보다 포용적·개방적 사고 필요"
"일부 학생 돌아가고 싶지만 집단적 따돌림 있어 눈치 보고 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이 돌아가고 싶지만 집단적 따돌림이 있어 눈치를 보고 있다"며 "이것은 문제다. 휴학생 의견을 존중하듯 복귀하고 싶은 학생들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료들의 눈치와 압박에 못이겨 타율적으로 의사 결정으로 내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이런 문제를 만든 정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회장은 "학생들의 자율적 수강이든, 복학이든 필요한 시점"이라며 "더 큰 문제는 정부다. 저는 수 십년 간 속아서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 역시 마찬가지"라며 "늘어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고 가격 장벽을 높여야 하지만 정부는 국민 눈치를 보며 의사만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대생들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한 증원 철회도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이라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의사에 협조를 구하고 재원 마련과 같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 역시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의료현안을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폐쇄적인 자세가 의사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비합리적인 정책 결정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세라 명예회장은 "의사사회가 너무 폐쇄적이란 일부 평가를 수용하고 개방적인 생각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의료일원화로 한의사를 포용했다면 2000명 증원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개혁추계위원회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또 늘리게 된다"며 "문신사법도 마친가지다. 게다가 전공의가 없으니 PA활성화법까지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국회가 미용 의료기기를 비의료인에게 허용하는 법을 만들어버린다면 어찌하겠느냐"며 "포용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큰 틀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