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이래 한의계 요구가 과감해지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거세질 전망이다.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방문진료사업 등 일차의료 참여 확대 의지를 굳히고, 야간·휴일·추석연휴 진료 기관 명단을 적극적 홍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의사 면허를 요구했다.
지난달 30일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의사에게 2년 교육 후 의사면허를 부여하자는 제안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계약형 필수의사제'와 유사한 '지역 공공필수 한정 의사제'를 도입해 이를 위한 별도의 면허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는 필수의료 과목 수료 및 공공의료기관 의무 투입을 전제로 연 300~500명을 선발해 의대와 한의대가 모두 있는 학교에서 교육한다는 구상이다.
이들이 2년의 교육을 수료하면 별도의 국가고시를 치를 자격을 부여하고, 지역 공공필수 한정 의사를 길러내는 구조다. 대만 등 해외 제도에서 착안했으며, 상황 변화를 감안해 우선 5년만 시행한다.
새로운 의사, 새로운 면허, 새로운 국가고시 등을 신설하자는 요구인데, 실상은 한의사에게 기존의 의사 양성을 위한 제도를 따르지 않고 의사가 될 새로운 기회를 부여하는 격이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이 계획의 효과로 의대 증원 정책보다 빠른 의사 수급, 의정갈등 진화 및 의료대란 해결 등을 내세웠다.
윤 회장은 "정부와 의협이 양보할 뜻이 없는 상황에서 최대 14년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의사 수급 방법보다 빠른 방법"이라며 "의대 정원 증가폭을 줄일 수 있으니 의료계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황당함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한의협 발표 후 즉각 입장문을 내고 "한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역할을 수행코자 한다면 정식 의대 입학을 거쳐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된다"며 "기존의 교육을 이수하고 의사로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라"고 주문했다.
의협은 "의대생들은 다른 대학생과 달리 휴학, 방학에도 학습에 매진한다"며 "단 2년의 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주자는 주장은 의과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는 의대 교육과 수련 과정을 모두 거친 검증된 의료진이 필요하다"면서 단지 인원 부족을 이유로 교육을 제대로 안 받은 이들에게 2년 교육으로 의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공공의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앞서 한의협이 한의사들의 일차의료·필수의료 참여 의지를 드러냈을 때도 "응급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한방의료기관 명단을 알려달라, 있다면 응급환자를 이송하겠다"면서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한의협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의협은 재차 이 일을 거론하며 "우리의 요청에 답을 못 내놨던 한의협이 이번 면허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건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 중인 시점에서 의료라는 직역에 대한 발 걸치기를 시도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힐난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제는 본인들조차 자신의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한다. 이참에 한의사 제도 폐지를 공론의 장에서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라고 맞불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