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트렌드 변화, 그리고 위고비 출시
김정하 교수(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대한가정의학회 정책이사)
2024.11.14 16:54 댓글쓰기

[기고] 우리나라 비만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체질량지수 30 kg/m2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가 2013년에 비해 2022년에 62%나 증가해 2022년 기준 약 375만명으로 추산된다.


2024년 발표된 비만 팩트 시트에 의하면 젊은 연령인 20대와 30대 고도비만자의 경우 비만 합병증 발생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다른 연령대에 비해 모든 사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측면에서 비만 관리는 연령대와 무관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순환계통 사망 위험의 경우 20대 정상체중군 대비 동일 연령대 체질량지수 30~34.9 kg/m² 비만군에서 1.94배, 체질량지수 35 kg/m² 이상 비만군에서 5.32배 증가했다. 또한 30대 정상체중군에 비해 동일 연령대 체질량지수 30-34.9 kg/m² 비만군에서 2.91배, 체질량지수 35 kg/m² 이상 비만군에서 7.02배 증가해 다른 연령대보다 확연하게 높았다.


더욱이 20대와 30대 성인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고도비만율이 훨씬 높아 이들의 비만 관리가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근거 기반 비만약물치료 환자 태부족


비만 치료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식사, 운동, 행동, 약물, 수술 치료 등 근거에 기반한 비율이 비만환자의 20% 미만이고, 성인 절반(46%)이 비만약물 치료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그 중 2%정도만 약물치료를 받는 것으로 보고됐다.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도 역시 근거 기반 비만치료 환자 비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항비만 약물 사용 적응증에 해당하는 비만이 아님에도 약물 사용을 원하고, 반복적인 요요현상을 겪고 있으며 합병증이 동반돼 적절한 약물 사용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도 적절한 치료 없이 단순히 건강기능식품 복용이나 식이요법 등으로만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자발적으로 온라인에 게시한 66개 처방전 분석을 통한 국내 체중 감량 약물 사용 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승인 받은 항비만약물, 승인 받지 않은(off-label) 체중조절제, 약물 사용으로 인한 증상완화제, 건강기능식품 등 비만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이 총 63개로 파악됐다. 또 한 번에 평균 7개 약물을 처방하고 최대 13개 약물을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만치료에 승인돼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존 약물로 체중 감량에 대한 환자들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 사례이기도 하다.


위고비→단기간 사용 중단→체중감량 유지 불가능


비만환자에서 평균 15%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주1회 주사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의사와 환자 모두에서 관심이 뜨겁다. 비만 환자가 약물 사용 없이 식사, 운동, 행동 치료로 체중을 감량한 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것이 정말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으로 정의되는데, 생활습관은 사람의 실제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습관으로 별도로 의식하지 않고 자동화된 것이다.


비만 환자가 단기간 의식적으로 행동을 변경하여 개별적인 비만 원인을 제거할 수 있지만, 의식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연스럽게 변경된 행동을 하게 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반복적인 훈련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체중감소를 위한 노력과 훈련에 대한 열정이 역치를 넘어서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심해져 체중감소 시도-포기의 악순환 속에서 체중이 점점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어주면서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 ‘만성, 재발성 질환’인 ‘비만병’의 지속가능한 치료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야식이나 폭식을 하던 사람이 이를 힘들지 않게 조절하게 되면, 가벼워진 몸으로 운동도 시도하게 되고, 선순환의 고리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건강한 생활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 약물 자체의 약리적 특성으로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률을 낮출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제 막 국내 도입된 ‘위고비’에 대한 보건의료계, 환자, 시민의 시각과 회자되고 있는 주사제 사용 관련 내용을 보면 걱정과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고가의 ‘위고비’라도 단기간 사용하고 중단하면 빠진 체중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식사, 운동, 행동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와 모니터링이 적용되고, 승인된 범위 내에서 가급적 장기간 주사제를 사용하는 것이 비만병의 재발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다. 


위고비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 전문의 중요


GLP-1 RA가 혈당강하제, 비만치료제로 먼저 사용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 사용되는 ‘위고비’의 이상반응에 대한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더욱이 비만이 가지는 ‘만성, 재발’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비만치료를 단골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손쉽고 간단하게 ‘위고비’의 처방전이나 주사제만을 확보하기 위한 진료 또는 약국의 이용은 비만치료의 기본을 놓치게 만드는 통로가 될 수 있으므로 고혈압, 당뇨병(당뇨병전단계 포함), 이상지질혈증, 폐쇄성 수면무호흡, 심혈관질환 등 동반 만성질환을 가진 비만환자는 ‘위고비’ 사용에 대해 주치의와의 상담이 특히 더 중요하다.


이제 비만치료를 단순히 미용의 목적이나 개인의 만족도로 간주하는 것을 넘어서, 비만 합병증을 동반한 내 환자와 근거 중심의 비만 치료를 논의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인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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