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
조영일 박사(미국 드렉셀대학교)
2023.07.24 16:12 댓글쓰기

[특별기고4] 혈액 점도는 비뉴턴성 점도 특성을 갖고 있다.


내경이 3이상 되는 큰 혈관에서 혈(血) 유속은 30/s,  혹은 이보다 더 빠르게 흐르면서 적혈구들은 균일하게 흩어져서 혈액 점도가 최저값을 갖는다.


반대로 미세혈관에서는 혈액이 훨씬 느린 속도로 흐르는데 모세혈관에서 혈(血) 유속은 약 0.05 /s 정도 밖에 안돼 적혈구들이 서로 달라붙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 경우 적혈구들이 너무 많거나 피브리노겐 같은 혈장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 혹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으면 적혈구 응집현상이 일어나 혈액점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혈액이 혈관 속에서 움직이면서 대동맥처럼 내경이 큰 혈관도 지나고 미세혈관과 모세혈관을 지나 정맥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오면서 혈관 내경 크기가 변하는 것 못지 않게 혈 유속도 많이 변한다. 


이처럼 혈 유속 뿐 아니라 혈관 내경도 동시에 변할 경우 비뉴턴성 혈액 점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혈 유속 대신 혈 유속(V)을 혈관 내경(d)으로 나눈 값(8V/d)을 사용하는데, 이를 전단율(Shear rate)이라고 부르고 단위는 (1/s)이 된다.


내경이 3㎜이상 되는 대부분의 큰 혈관에서는 전단율이 300(1/s) 혹은 그보다 크게 되는데 혈액 점도는 전단율 300(1/s)에서 최저값을 갖고, 전단율이 증가해도 혈액 점도값은 거의 최저값을 유지한다.  


그래서 전단율 300(1/s)에서 측정된 혈액 점도를 수축기 환경에서 측정된 점도값,  줄여서 '수축기 점도'라고 부른다.


혈관 내벽에 마찰력 형태로 표현되는 혈액점도를 몸 밖에서 공학적 장치를 이용해 측정하는 기기가 혈액 점도계다.


좌우 수직관 사이에 내경이 0.8㎜인 모세관이 연결된 일회용 U-튜브를 사용하는데, 점도 측정 초기 전단율이 300(1/s)에서 시작해 점도 측정이 끝날 때 5(1/s)까지 감소하는 동안 혈액 점도를 스캐닝하는 장치로서 '스캐닝 모세관 점도계(scanning capillary viscometer)'라고 부른다.  


스캐닝 모세관 점도계를 사용해 혈액 점도를 측정할 때 모세관 내 혈(血) 유속이 0.05㎝/s 가 되는 시점에서 전단율은 5(1/s)가 된다.


이때 혈 유속이 우리 몸 속 미세혈관의 혈 유속과 유사한 범위에 있기 때문에 전단율 5(1/s)에서 측정된 혈액 점도를 이완기 환경에서 측정된 점도값이라고 해서 '이완기 점도'라고 부른다.


비뉴턴성 점도 특성을 갖는 혈액 점도는 전단율이 감소하면 점도값이 커지기 때문에 혈액 점도를 임상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어느 특정 전단율에서 혈액 점도값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목적에서 전단율 300과 5(1/s)에서 각각 측정된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를 정상인의 점도와 비교할 때, 혹은 혈액점도를 개선하는 약물 치료 등의 효과 등을 판단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혈액점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을 때 어떤 임상적 증상들이 나타나는지에 관한 연구는 지난 70여 년 동안 발표됐다. 


"이완기 점도, 질병 상태 연관성 파악 가능하고 혈(血) 유동 추측 표지자 역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축기 점도는 거의 질병 상태와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못한다. 반면 이완기 점도는 거의 모든 질병상태와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혈액점도 연구의 개척자로 알려진 Dintenfass 교수는 정상인과 심근경색환자들 점도를 나이별로 측정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환자들 수축기 점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전(全) 구간에서 정상인과 거의 동일했고 이들의 이완기 점도는 정상인보다 4배 정도 높다고 보고됐다. 


또한 정상인의 경우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평생 각각 일정한 값을 유지한다.


심혈관 질환 분야에서 유동을 제한하는 협착(stenosis)없이 관상동맥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심장X 증후군(cardiac syndrome X) 환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심장X 증후군 환자들의 수축기 점도는 정상인과 거의 동일하지만 이완기 점도는 정상인에 비해 약 20~30% 증가했다고 보고된다.


이렇게 증가한 이완기 점도로 인해 심근안에 위치한 미세 심혈관에 혈 유동장애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뇌경색환자들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이완기 점도가 현저하게 증가했고, 이들 환자의 헤마토크리트(적혈구 용적률)는 정상이지만 적혈구들의 과도한 응집현상으로 혈 유동장애가 뇌경색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교수팀은 혈액점도가 간암 환자에서 전신 전이 진행 단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연구했다.


전이가 없는 환자에 비해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 모두 유의하게 증가했다. 진단 시 전이가 없던 환자 중 관찰기간 동안 간외 전이가 발생한 환자는 초기 이완기 점도가 더 높았다.

 

간세포 암종환자(hepatocellular carcinoma)의 경우 이완기 점도가 높은 경우 낮은 생존율을 보였다.


임상적인 방법으로 미세혈관에서 혈 유동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전단율 5(1/s) 에서 측정된 이완기 점도는 혈액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혈 유동 환경에서 혈액의 끈끈한 성질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미세혈관은 마찰력이 관성력보다 100배 정도 더 중요한 유동환경이어서 미세혈관 유동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표지자로서 이완기 점도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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