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5] 혈액 점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들로 헤마토크리트(HCT), 혈장단백질,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이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의 습관들도 혈액 점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중 탈수와 식생활 습관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탈수가 되면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 탈수 문제가 일을 수행하는데 중요한 직업 분야로 소방관과 운동선수를 꼽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은 소방관 근무 중 주요 사인(死因)으로 총 근무 사망자의 약 45%를 차지한다. 열(熱) 스트레스와 체액 손실은 응급 상황에서 지속적인 빈맥과 최대 심박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방관의 심박출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
Holsworth 연구에 의하면 모의 소방훈련 중 탈수로 인해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 모두 증가했고, HCT도 탈수와 혈액 농축으로 인해 높아졌다.
훈련 후 및 재수화(rehydration·수급을 공급해 원래 상태로 되돌림) 전(前) 혈액 점도 변화는 HCT 변화보다 훨씬 더 컸다.
HCT는 재수화 후 기준치로 돌아왔지만, 혈액 점도는 약간 개선됐으나 훈련 전(前) 점도값으로 회복하지 못했다. 이는 수화(hydration) 상태가 혈액 점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가 매우 오래된 일이지만 아주 더운 여름날 집 주위 잔디를 깎고 있을 때 많은 땀을 흘리며 힘들어 했던 일, 정말 추운 겨울날 집 앞에 쌓인 눈을 치우면서 힘들었던 기억 등이 모두 심각한 탈수로 인해 혈액점도가 갑자기 높아질 수 있는 순간이다.
물론 이런 경우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면 탈수가 해결된다. 심한 운동으로 인한 탈수 시, pH 9.5 물을 섭취하면 pH 7인 물에 비해 수축기 점도가 두배 더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됏다.
고혈압 치료제 중에 가격이 저렴해 많이 사용되는 약 중 하나인 이뇨제(Diuretics)는 신장으로 하여금 혈액 속에 있는 물을 뽑아내 혈액 부피를 줄여 혈압을 내린다.
이뇨제에 관한 혈액 점도 연구결과는 아직까지 없지만 작용기전에 따르면 혈액 점도가 증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혈액 점도를 높일 가능성이 많은 이뇨제말고도 좋은 고혈압약들이 많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혈액 점도 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하루 종일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아서 늘 심한 탈수 상태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의 경우 혈액 점도가 정상인의 점도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다.
적정량의 물을 매일 마시는 것이 건강에 꼭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혈액 점도를 정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둘째 혈액 점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식생활 습관을 들 수 있다.
혈액 점도가 심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1963년 네이처에 발표한 혈액 점도 연구 선구자 Dintenfass 교수는 "정상인의 혈액 점도는 수축기 점도와 이완기 점도 모두 나이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고 밝혔다.
필자 경험으로도 나이가 60세 이상 한국인들 중 겉보기에 건강하다고 생각되면 거의 모두 혈액 점도가 정상 범위 안에 들어감을 실제 측정을 통해 확인할 기회가 있었다.
혈액 점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일정하다는 Dintenfass 교수 연구결과가 맞는 셈이다. 또 전통적인 한식 위주 식생활 습관을 가진 60세 이상 한국인도 정상범위 혈액 점도를 가진다.
"한국 대학생들 50%, 패스트푸드 등 식사로 정상보다 훨씬 높은 혈액점도"
몇 년 전 한국 대학에서 많은 학생들의 혈액 점도를 측정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학생 절반은 정상점도를 갖고 있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정상보다 훨씬 높은 점도 값을 갖고 있었다. 점도 값이 그 사이에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원인을 살펴보니 학생 절반은 주로 채식 위주 식사를 선호하면서 저녁에는 된장찌개 같은 음식을 먹는데 비해 나머지 학생들은 햄버거, 피자, 삼겹살 등 서구·육식 위주 음식들을 즐긴다고 했다.
해방 후 지난 75년 동안 한국 경제가 기적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면서, 젊은이들 식생활 패턴이 점차 서구화되고있다.
혈액 점도, 특히 이완기 점도는 미세혈관에서 혈(血) 유동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금 젊은세대 상당수가 정상보다 훨씬 높은 혈액 점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벌써 이들의 미세혈관 혈 유동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것이다.
이를 계속 방치해서 20~30년 지나면,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건강관리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건강관리비용은 미국에서도 국가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사용되는 중요한 분야다.
앞으로 의학기술 발전으로 이런 건강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으면 여러모로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혈액 점도, 특히 이완기 점도가 국가적 차원에서 장래 건강관리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