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두번 울리는 '수술실 CCTV' 설치
박대진 데일리메디 편집국장
2022.12.30 12:20 댓글쓰기

이탈리아 북동부를 동류(東流)해 아드리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루비콘강. 로마 공화정 말기 이탈리아와 갈리아주의 경계를 이룬 아주 작디 작은 강이었다.


폼페이우스 사주를 받은 원로원이 갈리아에 있던 카이사르에게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리자 카이사르는 내란을 일으켜 로마로 진격했다.


이 때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을 외치고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고사로 유명하다. 이후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말은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된 상황 묘사에 왕왕 인용된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수술실 CCTV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2021년 9월 의료법 개정에 따라 일선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 됐다.


2년의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오는 2023년 9월 25일부터는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CCTV 설치’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제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여전히 현실 부정론이 제기되지만 거스르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이제부터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당장 비용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CCTV 설치 의무화도 못마땅한 상황에서 설치나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고민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수술실 CCTV 설치비용 지원을 예고했지만 규모나 지원대상이 극히 일부분에 그칠 것으로 보여 병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수술실 CCTV 설치비용 지원 예산으로 37억7000만원을 책정했다. 기관별로는 1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수준이다.


더욱이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 1436개소에 대해서만 지원할 예정이다. 정작 수술이 많은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은 아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일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 수술실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이번 의료법 개정에 따라 별도 저장장치와 보안 시스템 등의 추가 설치가 필요한 만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하다.


수술실 CCTV 설치가 환자안전을 위해 법적 의무사항으로 전환된 만큼 이를 일부 종별에만 비용을 지원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된다.


수술실을 갖춘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지원이 이뤄지는 게 타당하다. 만약 당장 균등 지원이 불가할 경우 지원받는 의료기관부터 법 적용을 받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다.


현재 하위법령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법 시행일을 종별에 따라 단계적으로 유예하는 방식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


그나마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수술실 CCTV 설치비 지원 예산을 당초 정부안 37억6700만원보다 61억4100만원 증액된 99억800만원으로 책정한 점은 고무적이다.


지원대상은 수술실을 운영하는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며, 국비 40%, 지방비 40%를 지원하고 의료기관이 20%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해당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가 많이 남아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대상기관 확대와 별개로 지원 규모도 짚어볼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수술실 CCTV 설치에 소요되는 예상비용은 1대 당 2850만원~5000만원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작 복지부는 내년 예산안에 1대 당 최소 750만원에 설치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비현실적 추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경기도가 도내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지원사업을 진행했을 당시 1개소 당 3000만원을 일괄 지원한 바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에 따라 갖춰야 하는 CCTV 사양과 시스템은 경기도가 지원한 당시 보다 강화된 만큼 그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인건비, 보관비 등 유지 및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감암하면 일선 병원들이 CCTV와 관련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훨씬 늘어난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경기도 지원 규모 보다 적은 액수를 제시하는 것도 모자라 그마저도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으로 지원대상을 제한하면서 병원계의 우려와 불만을 키우는 모양새다.


원가보전율을 무시한 저수가 정책의 데자뷰가 아닐 수 없다. 


‘환자’를 위한다는 명제는 동일하지만 비용기전 상으로는 급여화와 CCTV는 완전 상이하다.


병원계는 결단코 자의에 의해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다. 여론에 편승한 제도권에 등떠밀려 눈물을 머금고 건넌 강이다.


그런 병원들에게 인색한 설치비 지원도 모자라 차별까지 예고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 정부만 환자를 위하는 게 아니다. 진료현장에서 환자를 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천착이 필요하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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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s 01.17 16:27
    편집국장이라는 사람이 말장난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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