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치매 전문의 누구도 뇌파계로만 치매를 진단하지 않는다. 법원 판단에 국민건강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의료계는 최근 큰 충격에 빠졌다.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 사용까지 인정한 법원 판결을 두고 의료 전문성과 국민건강을 외면한 행위라는 강한 비판과 거센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치매 전문가단체인 대한치매학회와 대한노인정신의학회도 이번 판결을 두고 의료기기 사용 권한에 초점을 둔 탓에 치매 진단의 의학적 근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1일 치매 관련 주요 학회 관계자에 따르면 치매 진단 의학적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법원 판결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대다수 강한 반감을 표했다.
쉽게 말해 일선 치매 임상 전문가도 치매 진단 시 뇌파계를 진단의 결정적 도구로 활용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근거로만 치매를 제대로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매학회는 “이번 판결이 의료 현장에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인지기능 검사와 뇌(腦) 상태를 확인하는 뇌영상 검사가 필수적이며 뇌파 검사의 경우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매적정성 평가도 뇌파 검사는 필수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았다.
치매학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 현장에서 뇌파 검사 오남용과 치매 진료의 전문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다툼이 아닌 환자안전을 위한 대책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의료기기 사용과 치매 진단에 있어 의학적 근거 준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유용성 평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치매학회와 치매 분야를 양분하는 대한노인정신의학회도 유사한 판단을 내렸다.
노인정신의학회 A 이사는 “최신 아밀로이드 PET-CT만으로도 어느 전문의도 치매를 확정하지 않는다”며 “단순히 뇌파계로 치매를 진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모두 치매 진단을 위해 오랜기간 전문 교육을 받는다”며 “뇌파계로 치매를 정확히 진단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의계의 치매 진단과 관련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방신경정신과의 치매안심센터 협력의사 참여 요구부터 치매안심병원 한의사 필수 인력 포함까지 충돌은 다양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뇌파계 치매 진단 허용으로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 증가가 예견됨에 따라 치매 정책에 참여하기 위한 한의계의 시도가 존재했다”며 “이번 판결로 이 같은 주장에 다시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