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소방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소방전문병원이 한 곳도 없는 것에 대해, 정부는 소방전문병원 설립보다 외상, 화상,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등에 대한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경찰 공무원과 군인을 위해 각각 경찰병원 및 군병원이 설립돼 있지만, 소방공무원을 위한 병원은 전무하다. 전국에 60여개의 소방전문치료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마저도 이용률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소방병원 설립에 대한 여론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드는 것은 물론 경찰병원이 매년 300억원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병원 설립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임호근 응급의료과장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소방병원 건립 문제점 및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소방공무원의 의료복지권 향상을 위해서는 소방병원 설립보다 소방관이 자주 겪는 질환 치료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 과장은 “소방병원 소방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의료적 지원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다. 그렇지만 소방병원을 설립하더라도 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병원 한 곳 설립으로 소방공무원 지원이 어렵다면 권역별로 소방공무원의 외상과 화상치료를 지원토록 하고 정부도 그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병원 설립보다는 현재 지정한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소방공무원의 치료를 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방병원 설립의 예산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도 소방병원 설립보다는 소방공무원이 겪는 질환에 대한 지원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재부 조성철 안전예산과장은 “소방병원처럼 특화된 병원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경찰병원도 연간 300억원씩 적자”라며 “우수한 의사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병원 이용률이 떨어지면 비효율성 문제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 과장은 “토론회에서 나온 현장의 의견들을 참고해 소방관 관련 정신건강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정부에서도 소방공무원의 복지나 치료 지원에 대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소방공무원의 건강실태에 대한 연구조사가 수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리고 그 주체는 소방방재청이 개편된 국민안전처가 돼야 한다고 했다.
대구가톨릭의대 최태영 교수는 “소방건강연구소가 필요하다. 희귀병에 대한 공상처리에 대한 근거 마련을 위해서라도 연구가 필요하다”며 “일선 대학병원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 국민안전처에서 연구비를 투입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장에서는 소방공무원이 현장에 겪는 질환이나 증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조선덕 소방장은 “특정 진료과가 특화된 소방병원은 의미가 없다. 소방관들에게 발생하는 질환은 다양한데 이들 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커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직원들이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에서도 소방공무원의 건강권 향상을 위한 제도 정비를 약속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기획재정위원회 조경태 위원장(새누리당)[사진]은 “여러분이 들려준 소방공무원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20대 국회에서 의원들과 함께 풀어가고자 한다”며 “국방, 경찰, 소방관은 존경받아야 할 직종에 있는 분들이다. 역대 정부가 왜 이 문제를 다루지 못했는지 여야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국민이 행복한지, 그렇지 못한지 만큼 중요한 이슈는 없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여 병원 설립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