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 이후 3년이 흘렀지만 인공임신중절은 여전히 관련법 공백 상태다. 현재 국회의원 6명이 입법을 추진 중이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도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입법 전부터 적용한 교육‧상담수가를 비롯해 설명의무 규정과 신념에 따른 진료거부권 보장 등이 눈에 띈다.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최영준 출산정책과장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에서 신속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많은 국민들이 모든 인공임신중절이 합법화 됐다고 오해하고 있지만 헌재는 무조건 전면 폐지를 주문한 바가 없는 만큼 신속한 법령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후 개정시한인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안이 발의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됐다.
최영준 과장은 “당시 헌재는 모자보건법이 규정하는 낙태 허용 기준이 지극히 협소하고 광범위한 상황을 포괄하지 못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기존 법제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보호라는 공익 중 태아 생명보호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임신 22주 내외 도달 전이면 여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의 낙태는 국가가 판단을 달리 정할 수 있다는 게 헌법재판소 입장이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인공임신중단 관련 교육‧상담수가 신설"
정부는 이후 헌재 판결 취지를 존중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 입법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형법상 낙태죄 자체는 유지되지만 모자보건법에 규정돼 있는 낙태 허용 사유를 형법으로 이관했다"며 " 해당 항목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확대시켰다"고 전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의료계 협조가 필요한 인공임신중절 강화 위주로 구성됐다. 특히 입법 전에도 의료계와 산모 권익 보호를 위해 ‘인공임신중단 관련 교육‧상담 수가’를 신설한 점이 핵심이다.
최영준 과장은 “의사 인공임신중절 설명의무를 비롯해 신념에 따른 진료 거부 등이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포함됐다”며 “약물을 통한 임신 중단도 산모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입법 공백기에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교육‧상담수가 신설로 산모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정보와 심층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 공백으로 인한 한계는 명확하다. 정부 개정안 및 6명 의원이 발의한 관련 개정안을 빨리 국회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