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우려가 컸던 전자처방전 표준화 논의가 1년 이상 멈췄던 가운데, 국회가 본격적으로 관련 입법 절차를 밟는다.
특히 비대면 진료 매듭 짓기에 정부와 국회가 속도를 내면서, 지난 3년 간 '관리가 미비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수면 아래 있던 전자처방전 논의도 재부상할 전망이다.
약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8월 21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의료법에 처방전 전자전달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규정을 명시하는 것으로, 현재 별도 관리 기준이 없던 전자처방전 사용 환경을 더 안전하게 만든다는 취지다.
서 의원은 앞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선결 조건으로 "약 배달, 플랫폼, 전자처방 등을 어떻게 '공적'으로 만들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번 발의안에서도 그는 표준이 없는 민간 서비스의 난립을 우려했다.
서 의원은 "현행법상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전자처방전을 발송할 수 있지만 관련 규정이 따로 없다"며 "이에 '민간' 사업자가 처방 내역 또는 처방전 사본을 전자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비대면 진료에서 전자처방전의 경우, 관리 기전이 없어 환자 개인정보 및 건강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서 의원이 지적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민간이 머리를 맞댔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4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을 중심으로 대한약사회·대한병원협회 등 유관 단체들이 모여 '전자처방전 협의체' 회의를 시작했으나, 당해 6월 이후 회의가 중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역 간 이해관계로 논의가 더디지만 미국·영국·스웨덴·덴마크·스페인·호주·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정부가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전자처방전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서 의원은 "처방전 전자전달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5억장 규모의 종이 처방전 발행 및 보관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의료이용 시간을 줄여 환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약국에서 처방전 입력 오류 감소를 통해 안전한 약물 사용 뿐 아니라 비대면 진료 등으로 발행이 늘어나는 전자처방전을 안전하게 전송하고 개인 건강정보를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주도 추진 필요" vs "표준화 후 인증시스템·의약분업 훼손 우려"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은 약사단체가 그간 꾸준히 정부 측에 요구한 사안이다. 팩스로 발송되는 처방전은 위·변조 우려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정부 주도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지난해 전자처방전협의체 회의에서도 "전자처방전 표준화 및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도입·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의료계는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 중심돼서 만드는 시스템에도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의약분업 취지 훼손까지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민감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 및 각 병원의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축 추진 상황 등을 감안해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이 아니라 표준형 모델을 제시하고 인증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의약분업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QR처방전 시스템은 약사 대체조제가 가능하며, 대체조제를 할 경우 의사에게 고지할 필요도 없어져 장기적으로는 성분명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