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ICU)의 환자 전실 지연(latency)이 병원 운영 효율성을 저해하고 또 다른 의료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병원은 신속하게 환자를 전실할 경우 연간 약 82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최재영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대한중환자의학회지에 ‘한국 3차병원 중환자실 이송지연 감소가 중환자실 병상 이용률에 미치는 영향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ICU에서 일반 병실로의 전실이 지연될 경우 병상 점유율 증가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ICU 전실 지연, 평균 5.7시간…감소 시 비용 절감 효과
연구팀은 2021년 한 해 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7623건의 ICU 입원을 분석한 결과, 환자가 처음 전실 요청을 받은 후 실제로 ICU에서 퇴원하기까지의 중간값이 5.7시간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염 예방 조치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전실 지연 시간이 평균 75.8시간으로 일반 환자(12.0시간)보다 6배 이상 길었다.
이러한 지연이 ICU 병상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전실 지연을 완전히 제거할 경우 ICU 병상 점유율이 80%를 초과하는 시간이 32.8%p 감소했다.
연구팀은 전체 환자가 아닌 감염 예방 조치가 필요한 환자의 전실 지연만 줄여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감염 예방 조치 환자의 전실 지연을 없앨 경우 ICU 병상 점유율이 80%를 초과하는 시간이 13.5%p 줄고 연간 약 1260만 달러(한화 약 16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 발생을 예상했다.
ICU 전실 지연 감소, 병상 운영 효율성‧의료 질 향상
전실 요청 및 배정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실 절차 디지털화 및 자동화시스템 도입도 제안했다.
도입에 따른 기대 효과는 환자 전실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지연을 최소화하고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병상 배정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또 일반병동의 병상 관리를 최적화도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특히 감염 예방 조치가 필요한 환자를 위한 격리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고 병상 가용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의료진 간 협업을 강화도 필수 사항으로 꼽았다. 중환자의학과, 감염내과, 병동 의료진 간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환자 전실 프로세스를 보다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전실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고 보다 체계적인 환자 관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기적인 환자 퇴원 및 전실 평가 시스템을 도입 방안도 중요 사항으로 채택했다.
ICU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퇴원 또는 전실이 가능한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절차를 강화함으로써 병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중환자 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ICU에서 일반 병동으로의 원활한 환자 전실이 중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고 병원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특히 감염 예방 조치가 필요한 환자의 전실 지연을 줄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