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병원에 조산아 분만 의뢰했는데 모두 거절"
이석수 더블유여성병원장
2025.04.07 05:25 댓글쓰기

"현재 산모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조산 위험이 있는 산모가 분만 병원을 찾지 못해 전국을 떠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 만큼이나 출산, 특히 조산아 관련 대책이 절실하다."


"전국 63개 지자체에 분만병원 전무…떠도는 산모들"


이석수 더블유여성병원 원장[사진 上]은 6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기자간담회에서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분만을 포기하고 있는 병원이 늘고 있는 심각한 현황을 공개했다. 


이 원장은 "저수가 및 살인적인 수준의 소송배상액, 그리고 엄청 힘든 환경에서도 그나마 사망감으로 버텨왔지만, 이런 문제가 개선은 커녕 더 심화되면서 분만 포기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인해 산모와 신생아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며 "특히 의정갈등 장기화로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의만으로 각지에서 오는 수많은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 산과 교수 수는 158명으로 집계됐으나, 의대 증원 사태로 전공의가 사직하면서 2032년에는 125명, 2041명 59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사진 下]은 "산과 인력 감소와 함께 수도권 환자가 지방대학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있다"며 "2021년 기준 전국 63개 지자체에서 분만병원이 전무하다"고 전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인력·시설  부족, 천정부지 오르는 마취과 의사 초빙료"


또한 산과에서 환자를 받더라도, 조산아의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NICU) 부족으로 분만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했다. 


이석수 원장은 "우리 병원에도 진통으로 온 34주 초산 산모를 전원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의료진들이 전국 40군데 병원에 전화를 했으나,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 결국 분만을 담당했다"고 했다.


그는 "산과 환자를 받아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중증 신생아를 본다"며 "그러나 24시간 밀착진료를 해야 하는데 인력도 없고 시설도 부족하다며 대학병원에서 자기 병원 조산아도 타 병원으로 전원 의뢰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마취의사 구인난도 분만병원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마취의사 배출은 줄지 않았으나, 수술을 담당하는 마취과 의사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이석수 원장은 "마취를 담당하는 의사 수가 줄어들면서 외과수술을 하는 1차 병원의 마취에 문제가 생겼다"며 "마취과 전문의 급여도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이고, 마취 초빙료 역시 급격하게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2~3년 사이 이전에 지급하던 마취료보다 거의 두 배 이상 인상됐다"며 "마취의 초빙료를 주더라도 마취과 의사를 구하기 어려워 수술을 제때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탄핵 인용 계기, 정부 의료정책 전반 재검토 필요"


산부인과 의사들은 더 늦기 전에 분만 인프라를 살리기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계기로 파행을 거듭해 온 의료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김재연 회장은 "의대 증원 사태는 산부인과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했다"며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출산 환경 악화, 여성 건강 위협 등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왜곡된 분만 수가를 하루 빨리 정상화해 분만 병원의 도산을 막아야 한다"며 "분만수가 현실화와 함께 마취 초빙료 역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환자이송 전달체계를 하루 빨리 복구하고, 전공의 복귀를 포함한 의료현장의 조속한 회복에 노력해야 한다"며 "신생아중환자실에 대한 국가 투자는 물론 분만 중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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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 2000
  • 사망감 04.07 10:59
    다들 사망감으로 버티고 있죠..
  • ㅇㅇ 04.07 08:40
    사망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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