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이었다. 개념 조차 생소했던 ‘디지털병원’이라는 개원 슬로건에 병원계는 술렁였다. 챠트와 필름, 전표, 종이가 없는 ‘4 Less(Chartless, Filmless, Slipless, Paperless)’를 기치로 한 디지털병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최초의 시도였다. ‘혁신’이 ‘확신’으로 바뀌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과감한 시도를 단행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단숨에 병원 정보화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했고, 빠른 속도로 의료서비스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압축 성장’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실 분당서울대병원의 성공을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다. ‘분원’이라는 한계로 인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제적인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의료환경 변화를 정확히 읽어냈고, 이후 젊고 혁신적인 병원으로 굳건한 입지를 다져나갔다. 그렇게 당찬 걸음을 내딛은지 벌써 20년.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제 그동안 쌓은 혁신 내공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새로운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의료 혁신, 환자 중심 미래 지향적 첨단 의료기관
분당서울대병원은 20년 전 폐기와 열정으로 ‘디지털 병원’ 시대를 열었다면 미래 20년은 경륜과 혜안으로 차세대 의료 패러다임 선도를 자신하고 있다.
개원 20주년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에 선 송정한 병원장도 ‘세상을 바꾸는 의료 혁신 선두주자’를 천명하며 퀀텀점프를 예고했다.
송정한 병원장은 “의료 발전이 삶의 양식을 바꾸는 대전환기에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게 분당서울대병원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중심이 되는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병원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재편하고, 세계 의료산업을 선도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중심지로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이제 세계적 의료정보시스템과 IT 역량을 기반으로 디지털 병원을 넘어 첨단병원을 지향한다.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최근의 기술 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원격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최상의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알고리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뉴딜의 대표 과제인 ‘닥터앤서(Dr.Answer) 2.0’ 개발 사업의 주관 연구개발 기관으로서 AI 정밀의료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게 대표적이다.
닥터앤서를 비롯해 각 진료과 연구진도 인공지능 등 신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알고리즘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건강관리 앱을 출시했다.
의료진의 반복적인 작업을 대체하고 의료 질을 높이는 방법 개발과 함께 최근에는 사무 업무에서도 단순 로봇자동화(RPA)를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병상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주치의가 외부에 있더라도 환자와 언제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회진 시스템’도 운영할 예정이다.
송정한 병원장은 “환자들이 보다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첨단 정보통신 기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제 디지털을 넘어 첨단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원격 모니터링 케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 맞춤형 첨단기술 등이 구현된 첨단외래센터 구축 등 첨단병원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 감염병 팬데믹 사태 대비…3000억 투입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의 의미 있는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여러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수도권 지역 방역과 환자 치료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진료 실적을 축적해 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지난해 감염전문병원으로 선정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진료실적과 감염병전문병원 운영계획, 건축부지 적합성 등 대부분 평가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선정에 따라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부 지원금 449억원에 자체적으로 3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306병상의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하게 된다.
감염병전문병원은 중환자실 11병상, 음압병실 15병상, 일반격리병실 91병상, 일반병실 189병상을 갖추고 수도권 감염병 발생에 대비한다.
최종적인 설립 규모는 342병상으로, 연면적 8만8097㎡에 지하 6층에서 지상 9층 규모의 국내 최대 감염병전문병원이 될 전망이다.
감염병전문병원은 권역 내에 대규모 신종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환자를 집중 격리·치료해 감염 확산을 조기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위기 상황에서는 권역 내 시·도간 환자 의뢰·회송 체계를 관리하는 등 감염병 의료대응 지휘 본부 역할을 수행하고, 평상시에는 전문인력 교육·훈련 등 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송정한 병원장은 “감염병 전문병원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완공되면 수도권 감염병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국가 공중보건 위기인 감염병 사태에 주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며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